금융위기 확산과 경기 불황 우려가 증시를 강타한 6일 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

지난주 개천절 휴일에 미국 다우지수가 4% 이상 급락해 불안감 속에 객장을 찾은 이성욱씨(37·가명)는 주가 급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난 2일 미 구제금융법안의 상원 통과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코스피지수가 떨어졌지만 하원 통과를 예상해 포스코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7% 넘게 빠지며 40만원 밑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이 증권사 이기태 지점장은 "일부 현금을 가진 고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시장만 쳐다보며 발을 동동구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펀드 투자자들 역시 이제는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저항할 기운마저 없어졌다며 주가가 조금만 더 오르면 환매하겠다는 분위기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신압구정지점에서 펀드 영업을 맡고 있는 임종숙 팀장은 "국내 적립식펀드 투자자들의 납입은 뚝 끊겼고 해외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젠 더 못 버티겠다며 환매해달라는 요청이 점차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가가 너무 떨어져 환매는 못하겠다며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느냐는 문의까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아 한국투자증권 마포지점장은 "국내 주식형펀드는 그래도 증시에 대한 정보가 많아 환매가 덜하지만 해외 펀드의 경우는 견딜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년9개월 만의 최저치로 밀리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350선 붕괴 위기까지 몰리다 전일보다 60.90포인트(4.29%) 급락한 1358.75에 마감,연중 최저치를 깼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690조원으로 작년 3월14일(691조원) 이후 약 19개월 만에 7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5번째로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된 끝에 2005년 1월6일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이날 현대산업개발 한국금융지주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한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162개 종목과 코스닥시장 169개 종목 등 330여개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주 미국이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을 통과시켰지만 금융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증시를 억눌렀다. 외국인은 249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나흘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고 기관투자가도 1265억원을 순매도,낙폭을 키웠다.

박찬익 모건스탠리증권 전무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에 투자해도 환율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주식을 팔고 떠날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투자은행이 상업은행이나 은행지주 형태로 전환하면서 신용경색이 완화돼야 외국인이 주식 매입에 눈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국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지수를 끌어내렸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구제금융안이 통과됐지만 미국 이외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국내적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글로벌 변수에 따라 국내 증시가 휘둘릴 것으로 보여 지지선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부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