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상승 등 우려속 신개념 서비스·해외진출 적극 나서

'더이상의 카드대란은 없다. '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카드업계는 2003년 카드대란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신용 불량 사태와 내수 침체의 진원지가 됐던 카드대란이 불과 5년 전의 일이지만 그간 카드사들의 경영 건전성과 수익성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카드업계는 다시 여러 가지 위험 요인에 둘러싸여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금리가 올라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있고 금융 위기가 실물 부문으로 확산될 경우 카드 사용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면서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내실 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전성 수익성 개선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직불카드를 합쳐 평균 3.8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 신용카드를 통해 이루어지는 지출 규모는 하루 1084만건,1조2280억원에 이른다. 지난 상반기 민간소비 지출액 중 53.8%가 신용카드로 결제됐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경영 상태는 2003년 카드대란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신한 삼성 현대 롯데 비씨 등 5개 전업계 카드사는 2006년부터 매년 총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고 올해 카드업계의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03년 평균 15%에 육박했던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액 기준)도 지금은 2%대로 안정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대란은 카드사들의 건전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지금은 모든 카드사가 연체 위험이 낮고 신용도가 높은 우량 고객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금리 상승 등 위험 요인

문제는 앞으로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지난 1일 옛 LG카드와의 통합 1주년 기념식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내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는 이미 국내 카드업계로 번져오고 있다.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국내 카드채(AA등급 3년 만기)의 발행금리는 지난 2일 8.32%에 달했다. 지난 8월1일 카드채 금리가 7.31%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새 1%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신용거래를 뒷받침하고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을 통해 수익을 얻는 카드사의 사업 구조상 조달금리 상승은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강세 여신금융협회 상무는 "아직 카드대란으로 인한 카드 업계의 누적 적자가 2조7000억원이나 된다"며 "내년까지 꾸준히 흑자를 내야 이를 다 털어낼 수 있는데 대내외 경영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IT기술 결합·해외 진출 모색

최근 카드사들은 IT기술과의 결합을 시도하고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KTF와 제휴해 3세대 휴대폰의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에 신용카드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지난 7월 SKT KTF 등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카드 이용대금 명세서를 휴대폰으로 받아보는 '모바일 명세서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30일부터는 인터넷포털 네이버에서 카드 승인내역은 물론 본인의 각종 금융 계좌를 볼 수 있는 '통합 계좌조회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카드도 이르면 올 연말 모바일 카드를 선보인다는 방침으로 제휴 상대방과 사업성 등에 대해 검토 중이다. 비씨카드는 해외 진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 3월 중국 은련과 제휴해 내놓은 '중국통카드'는 30만좌 개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카드는 일본 간사이 지방의 철도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서비스를 이달 중 선보일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