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3년을 맞은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의 '2부리그'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인 NHN마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키로 확정,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대표주가 없는 그만그만한 시장이 돼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도 코스닥시장의 차별화 전략이 시급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시장 활성화를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3월) LG텔레콤(4월)에 이어 이번에 코스닥 시가총액 1위 NHN이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확정지은 것 외에도 코스닥 이탈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미 부국철강은 지난달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에서 승인을 받았고 무학과 성원파이프 한국선재도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공식선언한 상태다.

부국철강은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가 303위로 낮은 만큼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는 코스닥 기업이 수백 곳에 이를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NHN의 이전은 벤처기업의 이탈이란 점에서 유가증권시장에 경쟁 회사들이 있는 대기업 계열 아시아나항공이나 LG텔레콤의 이전과는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며 "NHN 이전을 계기로 유가증권시장과 잘 어울리는 제조기업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들마저 코스닥 이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견 IT서비스 업체인 코오롱아이넷은 내년에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이 심화되면서 유가증권시장은 올해 처음으로 신규 상장보다 이전 상장이 더 많아지는 이상한 모양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기업은 LG이노텍 명문제약 비유와상징 엔케이 등 4곳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장은 코스닥시장으로 한 뒤 여건이 되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며 "2005년 코스닥시장이 증권거래소에 통합되면서 특성이 없어진 부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증권업협회가 코스닥시장을 운영했을 때 치열했던 상장유치 경쟁과 시장 차별화 전략이 통합 이후 사라지면서 시장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도 위기감을 느끼고 지난달 증권학회에 '코스닥시장 운영관리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1,2,3부로 세분화해서 관리하거나,기관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코스닥지수를 개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