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세기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진격한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은 압도적인 군사력 열세를 딛고 종횡으로 이탈리아반도를 유린한 인물로 유명하다. 당시 로마군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중장갑 보병으로서 청동갑옷과 온몸을 가릴 수 있는 방패,그리고 60㎝ 정도의 짧은 칼을 지니고 있었다. 로마군은 직사각형꼴의 밀집대형을 이룬 뒤 적의 화살이나 창의 공격을 막으며 진군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보병과 기병의 비율은 10대 1 정도였으며 기병대는 그저 말을 타고 싶어하는 귀족이나 명망가 출신들로 채워져있었다.
하지만 병력의 50%를 잘 훈련된 기마병으로 보유하고 있던 한니발은 칸나이 대회전에서 7만명의 로마군을 섬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니발의 병력은 고작 1만명에 불과했지만 밀집대형으로 늘어서 있던 로마군은 측면과 후방에서 들이닥치는 한니발 군대의 말 발굽에 철저하게 짓밟혔다. 제 아무리 강한 방패와 긴 창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기병의 무차별적인 진격에는 대오를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니발은 나중에 자신의 편제를 그대로 모방한 로마의 또 다른 군사 영웅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에게 패하고 만다. 칸나이 전투에서 겨우 살아 남은 스키피오는 한니발의 모국인 카르타고를 쳐 한니발을 이탈리아에서 떠나도록 만들었다. 스키피오는 로마의 중무장 보병에 한니발의 기마병 편제를 이식해 끝내 카르타고를 멸망시켜 버렸다.
과거엔 요즘처럼 정보가 빠르지 않았고 국가 간 인적교류도 드물었기 때문에 일단 우위를 잡은 편제는 오랫동안 그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로마제국이 1000년을 넘기고 몽골족이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대제국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결정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선 편제의 우위가 오래갈 수가 없다. 딱히 우월적인 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작고 빠른 조직이 각광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특별 취재팀>
조일훈 산업부 차장 이정호 산업부 기자 이해성 사회부 기자 박신영 문화부 기자
<도움말 주신 분>
이홍교수 광운대 경영대학장
키스 소여 교수워싱턴대 심리학과 <그룹 지니어스>저자
신원동 원장 한국인재전략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