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부자의 탄생>은 1982년부터 2006년까지 '포브스 400' 명단에 오른 부호 1302명을 분석한 책이다. 25년간의 자료와 당사자 및 주변 인물ㆍ비평가 인터뷰,다양한 일화와 후일담을 통해 세계적인 거부(巨富)들의 실체를 보여준다.
퓰리처 상을 받은 언론인 피터 번스타인과 공저자 애널린 스완은 이들의 개인사와 모험 성향,승부욕,행운과 타이밍 등을 촘촘하게 엮어 냈다.
부자들의 성향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모험심이다. 억만장자 셸던 애덜슨의 말이 이를 상징한다. "좋은 사업 구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대부분 손실을 두려워한다. 진정한 사업가라면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손해가 나더라도 다시 도전한다. " 부자들은 승부욕이 강한 만큼 포커 게임을 선호한다.
대부호들의 성공 과정을 봐도 그렇다. 대학을 중퇴하고 젊은 나이에 창업해 산업의 새 지평을 개척한 빌 게이츠는 이 시대 대부호의 특징을 집약한다. '포브스 400'이 처음 발표된 1982년과 비교하면 상속 부자들의 비중은 급감하고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에 따라 실리콘 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가 뉴욕주를 제치고 최고 갑부 배출 지역으로 올라섰다. 현재 '포브스 400' 부호들이 가장 많은 재산을 쌓은 분야는 금융업.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부터 정크 본드의 제왕 마이클 밀켄,세계적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등이 '진짜 부자'의 지위를 공고히하고 있다.
부자들은 그들의 재산으로 무엇을 할까. 엄청나게 호화로운 씀씀이,재산 배분을 둘러싼 가족 다툼,권력을 쟁취하려는 정치 활동….지난 25년간 소비자 물가지수는 2배 증가했지만 부유한 삶을 살기 위한 부자들의 비용 지수는 4배로 뛰었다. 부자들의 지갑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 아니라 대부호들은 그 기간에 10배 정도 더 부유해졌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워런 버핏,테드 터너 등은 기부와 자선 활동으로 '밝은 투자'를 계속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산다. 천문학적 숫자의 상속 부자들이 실제로는 여러 종류의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고 정치권에 도전한 갑부들 중 성공 사례는 록펠러가(家) 일부와 블룸버그 뉴욕시장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25년간 '포브스 400'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은 산술적으로 1만명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1302명이다. 이들이 명단을 유지한 기간은 평균 7.7년.25년간 '개근'한 부자는 36명에 불과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