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김은 유별나게 그립을 짧게 잡는다. 미국PGA투어프로들이 대개 그립 끝이 1인치(약 2.5㎝)정도 보일 만큼 잡지만,김은 그보다 1.5∼3인치를 더 짧게 잡는다. 우드나 아이언샷 그립을 했을 때 거의 그립 중간 부분에 양손이 위치하는 것.그런데도 드라이버샷은 300야드를 넘고,아이언샷은 높이 떠서 그린에 안착한다.

◆언제부터,왜 그렇게 잡았는가

앤서니 김은 1라운드 후 "어려서 골프할 때 주니어용 클럽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아버지 클럽으로 연습하다보니 그립을 짧게 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 습관이 몸에 배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이날 내내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앤서니의 아버지 김성중씨(66)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아들이 입문당시 여성용 클럽을 사용하곤 했는데 아들이 쓰기에는 너무 길어 그립을 짧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은 "드라이버는 4인치(약 10㎝),아이언은 2.5인치(약 6.25㎝) 정도 짧게 잡는다"고 밝혔다.

◆짧게 잡으면 탄도가 낮지 않은가

아버지 김씨는 "일반적으로 그립을 짧게 잡으면 거리는 줄고 탄도는 낮아지나 앤서니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들은 굴리는 샷을 아주 싫어한다. 굴리면 거리는 더 나갈지 몰라도 러프 등지로 굴러가버려 난처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앤서니가 그립을 짧게 쥐어도 탄도는 아주 높고 볼은 첫 낙하지점 부근에 거의 멈춘다는 것.특히 요즘엔 드라이버샷 거리가 300야드를 넘기 때문에 굳이 낮게 쳐서 거리를 낼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전한다. 김씨는 "앤서니는 손목이 아주 유연하다. 그 대신 그립은 많은 교습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세게 쥔다. 손목의 부드러움을 이용해 클럽을 다루다 보니 볼은 높이 뜨고 낙하 후 곧바로 멈춘다"고 덧붙인다.

◆짧게 쥘 경우 장점은

정확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부분 프로들은 그립 끝 부분이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그립한다.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내려고 그립 끝을 잡는 아마추어들과는 대조적이다. 앤서니 김의 경우 거리보다는 정확성이 생명이므로 앞으로도 계속 그립을 짧게 잡을 계획이라고 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