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뛰고 주가가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지면서 막판에 접어든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유력한 재무적 투자자로 거론되던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고 대우조선해양 신임 노조위원장은 '강성'으로 교체됐다. 일부에서는 산업은행이 '흥행 실패'를 우려해 오는 13일로 예정됐던 본입찰 마감 일정을 바꾸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쉽긴 하지만 문제 없다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화 등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 기업 네 곳 가운데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세 곳은 그동안 국민연금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다. 국민연금과 손잡으면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고 '공익성'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이 2일 인수전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일단 이런 구도는 물 건너 갔다. 하지만 인수 후보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애초에 국민연금은 자금 마련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GS그룹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기대를 걸었는데 아쉽게 됐다"면서도 "이미 재무적ㆍ전략적 투자자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이 구성돼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인수 후보 기업 관계자는 "풋백옵션과 수익률 보장 등 국민연금의 요구 수위가 높아 고민했던 게 사실"이라며 "국민연금의 향배가 인수전 막판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었는데 그런 불확실성이 사라져 인수전략을 짜는 데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공백을 외국인 투자자로 채우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의 외환 부족을 감안할 때 '달러자금'을 들여오면 가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판단한 인수 후보 업체들이 해외 제휴선 찾기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변수 되나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신임 노조위원장이 '온건파'에서 '강경파'로 교체됐다. 이날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창식 후보가 당선됐다.

최 신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노조 5대 계파 중 강성으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노조민주화 추진위원회(노민추)' 소속이다. 노민추는 매각 작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현재 진행되는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인수 후보 기업 관계자는 "최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우리사주조합 구성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이라며 "노조의 움직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수가격 떨어질 듯

국민연금의 이탈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악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뜩이나 자금줄이 말라 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인수전 참여를 포기함에 따라 인수 후보 업체들이 적어내는 가격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 기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몸값을 떨어뜨릴 모멘텀이 하나 더 생긴 셈"이라며 "본입찰 때 얼마를 적어 내야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조선과 해운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도 인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신규 발주 물량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해운 운임지수는 서너달 만에 반토막 난 상태여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메리트도 적지 않게 떨어졌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