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주요 달러 조달창구 중 하나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도 달러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화유동성 문제가 9월보다 10월에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외환당국에 스와프 시장을 통한 달러 공급 외에 시중은행에 대한 직접 대출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 수출입 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과 농협중앙회가 시중은행에 공급한 달러 가운데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이 27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책은행들은 경우에 따라선 시중은행에 내 준 달러의 만기를 연장해 주지 못하고 회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시중은행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해외 자금시장에서 만기 한 달 이상 자금으로 6억달러를 조달했지만 30억달러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게다가 하루짜리 리보(런던은행간 금리) 금리가 최근 폭등,연 7%에 근접하는 등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국책은행의 CDS(신용부도위험) 스프레드도 3%대로 치솟아 달러차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상황이 나아진다면 비교적 큰 규모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시도하겠지만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산업은행 입장으로선 하루짜리(오버나이트) 달러라도 융통해 시중은행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어떻게 진행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외국계 은행들이 만기 연장을 해 주지 않고 달러를 거둬가면 그 여파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은행은 이달에 재대출해 주겠다고 하면서 지난달 자금을 회수해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달 외화유동성 사정이 지난달에 비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마비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경색돼 있어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이 정부 보증을 토대로 그나마 달러를 구해 와 시중은행에 공급해 왔는데 이마저 끊긴다면 타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시중은행들은 결국 정부의 달러 직접대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달러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 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다른 국가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통해 들여온 후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른 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지금은 정부가 파국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검토는 해 보겠지만 달러 직접대출은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차기현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