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 잇단 연기ㆍ채권시장도 얼어붙어 '사상최악'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가 하락으로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연기되고 유상증자 청약 미달이 속출한 데다 유동성 부족으로 채권을 인수하려는 금융업체가 없어 회사채마저 발행이 어려운 탓이다.

1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기업들이 올 9월까지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3조91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 가까이 급감했다. 게다가 10월 이후에도 증시 상황이 불투명해 연말까지 추가 조달 규모는 1조원 정도에 불과, 총 5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금감원이 집계를 시작한 199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우리 증시를 1998년 5월 외국인에게 완전 개방한 점을 감안하면 사상 최악인 셈이다.

주식시장 자금조달 규모는 1999년 41조원까지 급증했다가 2002년 10조원 아래로 밀려났고 2006년에는 6조4993억원으로 줄었으나 지난해에는 17조원 수준으로 다시 늘어났다.

실제로 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주식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SK C&C,한솔교육 등 7건의 기업공개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지난 8월 이후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IPO가 전무한 실정이다. 유상증자도 청약 미달이 속출하는 상황이어서 연말까지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 자금조달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하려 해도 인수할 기관이 나서지 않아 '돈 가뭄'이 심각하다. 올 9월 말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38조4166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하지만,6월에 5조원을 넘던 것이 9월 3조2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은행채와 카드채가 대부분을 차지해 일반 기업들의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사실상 막혀 있는 실정이다.

신성호 증권업협회 상무는 "자금 수요가 많은 연말로 접어들고 있어 주식과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