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가 DDR3 D램 내달 첫 양산…DDR2보다 1.6배 빨라

삼성전자가 데이터 처리 속도와 생산 효율을 대폭 개선시킨 D램을 개발,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세대 교체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저가 경쟁 등으로 혹독한 침체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속도'를 내세운 새로운 제품으로 경쟁 업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29일 업계 최초로 2기가비트(Gb) 용량의 DDR3 D램을 개발,다음 달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가장 큰 특징은 정보를 초당 1333메가비트(Mb)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9월 개발한 DDR2 D램(초당 800메가비트)보다 약 1.6배 빠르다.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5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공정을 통해 칩의 크기도 대폭 줄여 생산 효율을 60% 이상 향상시킨 것도 특징이다. 1나노미터 공정은 반도체 회로와 회로 사이의 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약 2000분의 1로 구현한 최첨단 미세 공정이다. 50나노 공정은 회로 사이의 간격을 머리카락 굵기의 40분의 1로 구현했다는 뜻이다.

하이닉스반도체 등 일부 D램 업체들이 60나노급 이상의 공정으로 DDR3 D램을 소규모 생산하고 있지만 50나노 공정을 적용한 DDR3 D램 양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측은 미세 공정을 통해 칩의 크기를 줄여 대용량 D램 모듈을 만들 때 여러 개의 DDR3 D램을 쌓아올릴 필요가 없어 원가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2기가비트 DDR3 D램을 활용하면 1기가비트 제품에 비해 전력 효율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8기가바이트(GB,1GB는 8기가비트)짜리 D램 모듈을 만들 때 기존 1기가비트 DDR3 D램은 총 72개를 모아 구성해야 했지만,2기가비트 DDR3 D램은 이를 절반(36개)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력을 40% 이상 절감할 수 있고 시스템 작동시 발열량도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DDR2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던 고용량 D램 시장을 DDR3 제품이 빠른 속도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세계 D램 시장에서 DDR3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내년 29%에서 2011년에는 75%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DDR3 D램 가운데 2기가비트 제품의 비중도 2011년에는 3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PC 업계의 한 전문가는 "DDR3 D램이 양산되면 빠른 속도와 고화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프리미엄급 노트북과 데스크톱 PC 제작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점점 멀티미디어 기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속도가 PC의 기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용어풀이]

DDR3 D램=PC 등의 메모리 장치로 쓰이는 D램의 처리 속도를 2배로 개선시킨 것이 DDR(Double Data Rate) D램이다. D램이 1클럭당 1개의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비해 DDR D램은 1클럭당 2개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DDR D램도 성능에 따라 DDR,DDR2,DDR3 등으로 나뉘는데 단계가 높아질 때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가량 높아진다. 도로에 비유하면 DDR D램은 2차선,DDR2는 4차선,DDR3 D램은 8차선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DDR3는 같은 시간에 DDR보다 4배가량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