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 벤처기업인이 항균ㆍ영양ㆍ흡습 등 화초 재배에 필요한 3대 기능을 모두 갖춘 인공흙(인공배양토)을 발명,수출계약을 맺었다.

화훼벤처기업인 '하희연 플라워'의 하희연 대표(47)는 29일 "최근 일본 호리건설과 화초를 재배하는 데 사용되는 '리치쏘일'에 대한 일본 내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수출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일본 호리건설은 연매출 1500억원 규모의 중소 건설회사로 이달 말부터 NHK라디오에 광고방송을 내는 등 대대적 마케팅에 나서 리치쏘일을 일본 전역에 유통시킬 예정이다. 하 대표는 다음 달 25t 분량의 컨테이너 1개를 우선 선적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3년간 최소 100억원어치 이상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 대표는 "세계원예포럼 고문이자 일본 화훼 원로인 후지오카 다케시씨(78)를 통해 3년간 현지 생육실험을 거친 결과 일본이나 독일에서 생산된 인공 배양토보다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1㎘당 11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산 인공흙이 공식 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화초나 농작물 재배용 인공흙이 연간 1100억여원어치씩 독일 등으로부터 국내로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흙은 식물 생장에 필요한 성분을 함유한 20~30여종의 광물질 등을 가공,배합한 것으로 제조는 물론 검증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꽃집 주인이었던 하 대표가 '발명가'로 변신한 시점은 2000년.15년 가까이 꽃가게를 경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반인도 집안에서 편리하게 꽃을 키울 수 있도록 썩지 않는 흙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실내 화초 재배 전용 흙을 개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 대표는 결국 6년 동안 15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끝에 2006년 '항균성 상토조성물 및 이를 이용한 식물 식재 화분'을 개발해 특허를 따냈다.

하 대표가 만든 리치쏘일은 코코피트(코코넛 껍질),제올라이트(광물질) 등 영양성분과 강력한 흡습력을 가진 다공성 재료를 특정 비율로 섞은 혼합토양에 규사 등 30가지의 광물질을 1420도의 고온에서 녹여 만든 무기물 결정체를 '특허비율'로 배합해 만든 것이다. 불필요한 수분은 빨리 증발시키는 동시에 원적외선과 음이온을 다량 발생시켜 항균작용과 함께 흙에 고인물도 썩지 않도록 정화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배양토와는 달리 물을 아무리 많이 줘도 식물 뿌리가 썩지 않아 배수구 없는 화분이나 실내화단 제작도 가능하다.

하 대표는 지금까지 삼성생명 SK건설 서초구청 등 100여개 업체와 단체 등에 리치쏘일을 넣은 배수구 없는 화분 및 화단을 공급했다. 하 대표는 "물에 썩지 않는 리치쏘일의 장점을 활용한 물구멍 없는 화분 '라이네쎄'도 이번에 함께 일본으로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