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위기가 투자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4위 상업은행인 와코비아가 씨티그룹,웰스파고은행,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 등과 매각을 위한 예비협상을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와코비아는 당초 모건스탠리와 합병 가능성을 염두에 둔 협상을 진행했으나 모건스탠리가 돌연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키로 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와코비아와 예비협상을 시작한 씨티그룹 웰스파고 산탄데르은행 등은 모두 JP모건체이스가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하기 전에 이 회사의 장부를 실사하는 등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지방은행 중 13곳이 파산했지만 전국 단위의 대형 상업은행이 매각협상에 나설만큼 위기에 처한 것은 와코비아가 처음이다. 이와 관련,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연금예금보험공사(FDIC)가 워싱턴뮤추얼 자산을 동결한 뒤 JP모건에 좋은 자산만을 헐값에 매각토록 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와코비아 잠재 인수 후보자들도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와코비아의 경영위기는 공격적인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와코비아는 2006년 5월 캘리포니아주 은행인 골든웨스트를 26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자산규모 기준 미국 4위 은행으로 뛰어올랐다. 2001년 이후에만 웨스트코프,사우스트러스트,메트로폴리탄웨스트증권,AG 에드워드 등 모두 5개 은행 및 증권사를 인수했다.

특히 덩치를 키우면서 가계대출과 부동산대출에 적극 나선 게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옵션 변동금리 모기지(ARM) 상품이 부실을 키운 상품으로 꼽힌다.

ARM은 일반적으로 원금 및 이자를 동시에 갚는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대출자의 여건에 따라 매월 이자규모 등 대출상환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 시장금리가 높아지면 덩달아 금리가 뛰어 대출자의 부담이 커지고 연체율도 오르게 된다.

와코비아의 ARM 보유 규모는 7월 말 현재 1220억달러로 미 은행 중 가장 많다. 와코비아가 파산할 경우 영향이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S&L)인 워싱턴뮤추얼의 파산을 능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와코비아의 자산은 6월 말 현재 8124억달러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씨티그룹이 와코비아를 인수하면 소매금융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강자 입지를 굳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