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출간될 저의 여섯 번째 책에 한국의 눈부신 성장 비결과 한국인의 삶에 대해 썼습니다. "

오는 11월이면 한국에 부임한 지 4년이 되는 엑토르 갈반 주한 도미니카 공화국 대사(48)는 지난 26일 서울 태평로의 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5권의 책을 낸 갈반 대사는 이번 책의 제목을 '희망의 얼굴(El Rostro de la Esperanza)'이라고 붙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4년간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경제 발전상은 물론 한국의 역사 IT(정보기술) 교육 문화 스포츠 등을 두루 책에 담았다. 기자에게 보여준 초고에는 사진이 취미인 그가 직접 찍은 한국의 여러 모습이 실려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스페인어로 출간될 이 책은 현재 한국외국어대 등과 한국어 번역판 출간도 협의 중이다.

갈반 대사는 한국이 도미니카 공화국에는 일종의 '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도미니카 공화국이 한국보다 잘 살았는데 반세기 만에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치솟았다"며 "한국의 발전상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 좋은 발전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성장 모델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 공무원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이와 관련,도미니카 공화국의 테미스토클레스 몬타스 경제기획개발부 장관 등 고위급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해 29일 KDI 측과 수출과 투자 정책 관련 프로젝트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갈반 대사는 전했다.
그는 1983년 산토 도밍고 자유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코스타리카 국립대에서 경제와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땄다. 이후 외교관이 돼 뉴욕에서 투자 유치 업무를 담당했다. 한국에 부임하기 전에는 수도인 산토 도밍고의 몇몇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등 실물과 이론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갈반 대사에게 한국은 대사로서 첫 번째 부임지다.

그는 지리상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만큼 소원할 수밖에 없었던 양국 관계가 이제는 협력 확대로 이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미니카 공화국은 미국과 가깝고 카리브해 국가들 간 FTA(자유무역협정)로 형성된 단일 시장이 있는 게 장점"이라며 "기술과 자금이 풍부한 한국과 파트너십 체결은 양국에 '윈윈'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꼽는 양국 간 유망 경제 협력 분야는 코스타리카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IT 분야와 인프라 건설을 들었다. 또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에너지 협력과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해변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당시 유적이 남아 있는 관광산업도 투자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청소년 시절에 태권도를 8년 동안 배웠다는 갈반 대사는 "태권도를 통해 한국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며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쌓이면 양국 관계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서기열 기자 phot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