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양극화 가속, 국내업체엔 기회"

반도체업계가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으로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2009년에는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기불황과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반도체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업체들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D램 산업의 경우 후발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잇따른 감산 결정과 설비투자 감소, 일부 업체의 원가 경쟁력 상실 등으로 인해 공급량이 감소해 내년도에는 D램 가격이 상승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낸드 산업은 기존 제품의 용량이 증가하고 제조업체들이 보수적인 생산 캐파(CAPA)를 운용하고 있어 업황이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투자증권 반도체부문 박영주 애널리스트는 최근 분석보고서를 통해 "올해 D램 산업의 출하량 증가율을 보여주는 예상 비트 성장률(bit growth)은 67.0%로, 지난해 90.6% 대비 23.6% 감소할 전망이어서 업황의 방향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D램 업체들은 4분기에 가장 양호한 실적을 시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요 기반이 확대됐고, 올해 설비투자(Capex)가 6년만에 감소했으며, 회로선폭 축소를 위한 기술적 난이도가 상승해 소요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고, 일부 해외업체가 원가경쟁력 상실로 시장에서의 퇴출이 예상된다"며 내년도에는 D램 산업 공급과잉이 해소돼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D램 산업이 불황을 겪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이익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키웠다"며 업황 개선시 국내 반도체업계가 혜택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D램 업계 후발업체들의 잇따른 감산에도 불구하고, 비트 성장률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시장상황 개선시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도 반도체 업황 전망에 대해 "올 4분기에 회복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지만, 내년 1,2분기에는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가 지난해와 올해 계속 어려웠지만, 이런 것들이 업계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삼성 등 선도업체들로서는 다시 한번 뛰어오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이미 현금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있는 D램 업체들은 부채 부담이 지속되고 설비투자를 위한 투자금액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미국발 금융위기가 반도체 업계 양극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서플라이는 또 내년에는 각 업체들의 투자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지난 9월22일 D램 업계 단기 시황 등급을 중립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하는 등 각 업체들의 재무적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반도체업계가 다양한 변수로 인해 업황 전망이 어긋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2006년의 경우 2007년이 반도체업계 최대의 호황이 될 거라는 예측이 나돌면서 D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바람에 공급 과잉이 돼서 도리어 최악의 불황이된 전례가 있다"며 "변수가 많아서 단정적인 예측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