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저평가 토지 '정조준'

잇단 규제완화로 수익성 매력 부각 경기 화성 등 토지 지속적 관심을

주택은 내년 상반기… 염창동 주목 증여세 등 활용 '稅테크' 중요해져


부동산 투자자들의 머리가 복잡하다. 굵직한 정부 부동산 대책이 일주일,열흘 간격으로 잇따라 나오는가 하면 추가 대책도 나올 전망이어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좀체 계산할 수 없어서다. 세계 경제의 중심부인 미국 월가에서는 초대형 투자은행들이 무너지는 등 금융 허리케인이 발생,투자 나침반의 바늘이 왔다갔다 하는 모양새다. 과연 부동산 투자의 돌파구는 없을까.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사진) 역시 현 상황을 '안갯속'이라고 진단한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져올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해결된다면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주가나 펀드가 약세를 이어 가면 오히려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일본인들도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의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며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기회'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박 팀장은 수도권 토지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그는 "공장 신·증설 완화와 군사시설보호구역 조정,그린벨트 추가 해제 등 정부의 규제 완화로 토지의 수익성이 앞으로 주택보다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서부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화성 지역 토지를 추천했다. 인천 등에서 공장부지 수요가 남하하고 있는 데다 황해경제특구에도 포함돼 있고 도로 등 기반시설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팀장은 "고객들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재테크를 위해서도 화성 등 수도권의 저평가 토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를 투자 시기로 보는 고객들이 많다"며 "이때부터는 점차 매수세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택부문에서 그의 추천 지역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 일대.내년 5월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여의도와 강남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의도 역시 9호선 호재에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서남권 프로젝트'가 호재로 작용,투자가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 일대 아파트를 추천했다. 잠실 재건축 단지가 대거 입주하면서 인근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어 현재 시점에서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권에서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를 꼽았다. 현 분당선 정자역에 2010년 신분당선이 새로 연결되면서 강남역까지 16분대에 접근이 가능해진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신분당선 호재가 그동안 집값에 많이 반영된 정자역 인근 주상복합단지보다는 탄천 건너편 기존 일반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도심 지역 오피스텔도 주목 대상으로 꼽았다. 소형 주택 부족으로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이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임대 수요가 꾸준하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정부가 지금까지 전용면적 50㎡ 이하 오피스텔에 대해서만 허용하던 바닥 난방을 오는 12월부터는 60㎡ 이하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도 호재로 꼽힌다. 박 팀장은 "일산 장항동은 최근 시세도 오르고 있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상가는 어떨까. 그는 "불경기로 인해 대부분의 상가가 연 수익률 5%를 기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다만 은행이 입점하는 분양상가는 노려볼 만하다"고 밝혔다. 유동인구가 많아 임대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자리만 잘 잡으면 연 수익률 8% 실현이 가능하다는 조언이다. 박 팀장은 "한 고객은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의 한 은행 입점 분양상가에 투자했는데 연 10% 이상의 수익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빌딩 투자에는 주의를 당부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 빌딩은 그동안 가격이 단기 급등해 최근에는 매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빌딩에서는 수익률 4%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충고다.

박 팀장은 '세테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부의 세금 완화 정책으로 증여를 잘 활용하면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여세는 현재 과표 1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세율이 10%이며 단계별로 높아져 30억원 초과분에는 50%다. 그러나 정부가 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과표와 세율이 재조정돼 5억원까지는 7%이고 30억원 초과분도 34% 등으로 낮아진다. "증여세율이 내리면 증여를 통해 1가구 다주택에서 제외되는 경제적인 길이 열린다"며 "증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세금 절약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1986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건축 분야와 경매,감정평가,자산관리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해오다 1999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2003년에 회사 내 '부동산전문가 공모'를 통해 발탁돼 현재까지 PB사업본부 부동산팀에서 일하고 있다. 2007년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건설개발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단국대 대학원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연세대 중앙대 단국대 나사렛대 평택대 등 대학에서 부동산 최고위과정 강사로,한국금융연수원에서는 부동산 분야 외래강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대해부 2005~2008년'이 있다.

글=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사진=임대철 인턴기자 phot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