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승리의 리더십…그는 '일 잘하는 名CEO' 였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순신 승리의 리더십 / 임원빈 지음/ 한경BP/ 338쪽/ 1만3800원
'한마음'이 만든 전승 名將
"아직 낮은 직급인데 리더십은 무슨…." "일하느라고 리더십을 기를 틈이 없었다. "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리더십에 관한 오해들이다. 앞의 것은 직급이 낮은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고,뒤의 말은 경영진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하는 변명이다. 리더십이 없는 사람들이 자주 얘기하는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리더십,그것도 기업에서의 리더십은 자리의 문제가 아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그 방법론을 익히고 노력하지 않으면 좀처럼 길러지기 어렵다. 간부가 됐을 때 상사로서의 권위는 높아질지 모르나 리더로서의 품격은 생겨나지 않는다. 리더십은 일과 철저히 관련돼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리더십의 기본 중 기본이 바로 일처리 능력이다. 얽힌 문제를 앞에 두고 쩔쩔매는 상사를 부하들은 절대 존경하지 않는다.
리더십에 대한 이런 오해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리더십 이론들이 우리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서양의 리더십 이론들은 주로 방법론을 가르친다. 그러나 리더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과 몸가짐,홀로 있을 때도 삼갈 줄 아는 수양론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니 열심히 리더십 코스를 거친 사람이 하는 행동이 말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은 것이다.
<이순신 승리의 리더십>은 오랜 만에 만나는 토종 리더십 책이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만큼 예화 하나,말 한 마디가 쉽게 와 닿는 친숙함이 있다. 감정 이입을 잘하는 독자라면 400여 년 전으로 돌아가 우리 국토에서 조상들이 겪었던 전쟁을 떠올리며 실감 나게 읽을 수 있다.
연승무패의 신화를 일군 뛰어난 전략가,부하들의 마음을 잡을 줄 알았던 리더로서의 이순신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조선실록》과 《난중일기》 등 정사(正史)의 기록에 충실해 이순신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역 해군 장교가 쓴 책답게 '상승(常勝) 장군' 이순신의 전략에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사례 하나 하나를 보면 이순신이 얼마나 뛰어난 전략가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명량 해전'을 제외하고 이순신은 단 한 번도 불리한 여건에서 전투를 시작한 적이 없었다. 수적으로 열세이면 반드시 적이 흩어질 때까지 기다렸고 지형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해 미리 노력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순신에게 승리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싸우기 전에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국경과 업종을 넘어 극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문제 주변을 정비해 놓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이순신의 전략은 큰 시사점을 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는 한 마디로 '일 잘하는' 최고경영자(CEO)였던 셈이다.
이순신이 보여준 리더십은 '한마음'으로 표현돼 있다. 사람의 마음을 잡을 줄 알았던 이순신은 언제나 똘똘 뭉치는 조직을 만들어 냈다. 그 방법이 절묘하다. 하나만 예를 들면 이순신은 평균적인 사람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익을 좋아하고 위험을 피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대전제를 갖고 부하를 이끌었다. 확실한 논공행상(論功行賞)을 즉시 실시하고,이길 만한 전투로 미리 만들어 부하들이 자신 있게 싸울 수 있도록 배려한 세심함이 있었다. 한마음이 구호만이 아니고,현대에도 제대로 이뤄 내기 어려운 진정한 팀워크라는 것을 이순신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철저한 고증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왜곡돼 있던 이순신의 본모습이 이 책을 통해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순신이 역사적 사실과 다른 인물로 만들어진 것은 1960년대부터다. 당시 박정희 정부가 이순신의 영웅화에 드라이브를 걸자 이순신에 대해 '좋은' 것이라면 '모든' 콘텐츠가 걸러지지 않고 받아들여졌다. 영웅화의 물결 속에서 민담과 야사,작가적 상상력이 덧칠됐다.
학술서와 같은 스타일 탓에 젊은이들이 읽는 데는 다소 낯선 면이 있는 게 단점이다. 현대적 시사점을 더 많이 강조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경제 전쟁에서 직원들과 함께 승리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똑같은 고민으로 밤을 새우며 결단을 내렸던 한 남자를 정면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한마음'이 만든 전승 名將
"아직 낮은 직급인데 리더십은 무슨…." "일하느라고 리더십을 기를 틈이 없었다. "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리더십에 관한 오해들이다. 앞의 것은 직급이 낮은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고,뒤의 말은 경영진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하는 변명이다. 리더십이 없는 사람들이 자주 얘기하는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리더십,그것도 기업에서의 리더십은 자리의 문제가 아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그 방법론을 익히고 노력하지 않으면 좀처럼 길러지기 어렵다. 간부가 됐을 때 상사로서의 권위는 높아질지 모르나 리더로서의 품격은 생겨나지 않는다. 리더십은 일과 철저히 관련돼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리더십의 기본 중 기본이 바로 일처리 능력이다. 얽힌 문제를 앞에 두고 쩔쩔매는 상사를 부하들은 절대 존경하지 않는다.
리더십에 대한 이런 오해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리더십 이론들이 우리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서양의 리더십 이론들은 주로 방법론을 가르친다. 그러나 리더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과 몸가짐,홀로 있을 때도 삼갈 줄 아는 수양론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니 열심히 리더십 코스를 거친 사람이 하는 행동이 말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은 것이다.
<이순신 승리의 리더십>은 오랜 만에 만나는 토종 리더십 책이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만큼 예화 하나,말 한 마디가 쉽게 와 닿는 친숙함이 있다. 감정 이입을 잘하는 독자라면 400여 년 전으로 돌아가 우리 국토에서 조상들이 겪었던 전쟁을 떠올리며 실감 나게 읽을 수 있다.
연승무패의 신화를 일군 뛰어난 전략가,부하들의 마음을 잡을 줄 알았던 리더로서의 이순신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조선실록》과 《난중일기》 등 정사(正史)의 기록에 충실해 이순신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역 해군 장교가 쓴 책답게 '상승(常勝) 장군' 이순신의 전략에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사례 하나 하나를 보면 이순신이 얼마나 뛰어난 전략가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명량 해전'을 제외하고 이순신은 단 한 번도 불리한 여건에서 전투를 시작한 적이 없었다. 수적으로 열세이면 반드시 적이 흩어질 때까지 기다렸고 지형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해 미리 노력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순신에게 승리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싸우기 전에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국경과 업종을 넘어 극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문제 주변을 정비해 놓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이순신의 전략은 큰 시사점을 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는 한 마디로 '일 잘하는' 최고경영자(CEO)였던 셈이다.
이순신이 보여준 리더십은 '한마음'으로 표현돼 있다. 사람의 마음을 잡을 줄 알았던 이순신은 언제나 똘똘 뭉치는 조직을 만들어 냈다. 그 방법이 절묘하다. 하나만 예를 들면 이순신은 평균적인 사람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익을 좋아하고 위험을 피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대전제를 갖고 부하를 이끌었다. 확실한 논공행상(論功行賞)을 즉시 실시하고,이길 만한 전투로 미리 만들어 부하들이 자신 있게 싸울 수 있도록 배려한 세심함이 있었다. 한마음이 구호만이 아니고,현대에도 제대로 이뤄 내기 어려운 진정한 팀워크라는 것을 이순신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철저한 고증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왜곡돼 있던 이순신의 본모습이 이 책을 통해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순신이 역사적 사실과 다른 인물로 만들어진 것은 1960년대부터다. 당시 박정희 정부가 이순신의 영웅화에 드라이브를 걸자 이순신에 대해 '좋은' 것이라면 '모든' 콘텐츠가 걸러지지 않고 받아들여졌다. 영웅화의 물결 속에서 민담과 야사,작가적 상상력이 덧칠됐다.
학술서와 같은 스타일 탓에 젊은이들이 읽는 데는 다소 낯선 면이 있는 게 단점이다. 현대적 시사점을 더 많이 강조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경제 전쟁에서 직원들과 함께 승리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똑같은 고민으로 밤을 새우며 결단을 내렸던 한 남자를 정면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