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정부 자금을 수혈받아 파산위기를 간신히 넘긴 AIG가 다음주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합니다. AIG는 이미 미국내 상업보험과 해외 생명보험 등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 자산은 대부분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AIG가 앞으로 2년간 우량 계열사 매각을 통해 1150억달러, 해외 부동산 매각을 통해 160억달러 정도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는 AIG생명보험과 AIG손해보험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것인지 여부에 있습니다. 만약 이들 두 회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 매각되거나 철수할 경우 국내 보험 계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 법인이 아닌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기 때문에 보험업법상 해산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국내 보험사들은 파산 등으로 해산할 경우 해산 결의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AIG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AIG생명은 홍콩에, AIG손보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에는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AIG생명보험과 AIG손해보험이 한국 시장에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당국의 견해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AIG생명은 해외 생명보험 부분에 해당하고 AIG손보는 지배구조상 미국내 사업 부문으로 분류돼 있어, 다음주 발표되는 매각 자산 목록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AIG생명과 AIG손보도 “결코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최근 해약 환급금 증가추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가 기우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AIG생명의 경우 이번 주 초만해도 해약환급금이 1500억원을 넘은 이후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추셉니다. 그러나 문제는 설계사 등 기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신규 보험료 납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장기계약이 많은 보험업종 특성상 2년 뒤를 장담할 수 없는 AIG에 안심하고 돈을 맡길 계약자가 얼마나 되겠냐는 이야깁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AIG생명과 AIG손보는 그동안 역점을 뒀던 판매채널인 홈쇼핑에서조차 찬밥 대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홈쇼핑채널들은 AIG 사태 이후 신규 가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AIG 관련 방송편성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방송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주 발표될 AIG의 구조조정안에 한국의 보험 계약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냐에 따라 AIG 한국지점의 운명도 결정될 전망입니다. 박병연기자 by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