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사브 '터보 X'‥버튼 누르면 계기판 불 꺼져 운전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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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모델'인 사브 터보X에 올랐다. 터보X는 사브가 터보차징 기술을 최초로 선보인 지 3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해 한정 생산한 모델로 국내에는 7대밖에 없는 귀하신 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사브가 처음 도입한 고성능 스포츠세단으로 더 유명하다.
터보X는 전체가 까만 컬러였다. 시트 역시 검은 색 가죽으로 마감됐다. '블랙 터보'를 테마로 만든 모델이기 때문이다. 기본 모델은 양산차인 9-3.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블랙 900 터보 모델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회색 티타늄 재질로 된 19인치 알로이 휠이 인상적이었다.
후미에는 트렁크 데크의 라인을 확대해 주는 역할을 하는 리어 스포일러가 장착됐다. 고속 주행 때 정숙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운전대는 두텁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처리돼 땀이 배지 않도록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출발하기 위해 기어박스 뒤쪽에 달린 시동 박스에 키를 꽂았다. 사브 시동방식은 키를 운전대 옆에 꽂는 게 아니라 기어박스와 콘솔박스 사이에 밑으로 넣는 형태다.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급가속을 하니 폭발적인 힘이 분출됐다. 속도가 순식간에 시속 100㎞를 넘어섰다. 최고출력은 무려 280마력(5500rpm).2800cc V6 터보엔진의 힘이다. 순간 가속력을 내주는 최대토크 역시 40.8kg·m(2150~4500rpm)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터보X에는 다른 차에는 없는 작은 계기판이 추가로 달려 있었다. 주행 중 터보 상태인지 알려주는 안내판이다. 흰색 눈금이 주황색을 거쳐 붉은색으로 이동하면 터보엔진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역으로 말해 흰색 눈금을 유지하면 연료가 가장 적게 소모된다. 일종의 '에코 드라이빙' 기능인 셈이다.
고속주행 때의 코너링이 탁월했다. 속도가 시속 200㎞를 넘을 때도 과속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할 정도였다. 액티브 할덱스의 4세대 4륜구동 시스템(XWD) 덕분이다.
사브 차량의 특징인 나이트 패널이 터보X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버튼을 누르면 속도계를 제외한 나머지 계기판 불이 모두 꺼져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속도계 바늘은 최고 시속이 260㎞이지만,나이트패널 버튼을 누르면 140㎞/h까지만 불이 들어오도록 만든 점도 세심하다. 연비(8.0㎞/ℓ)와 가격(6750만원)을 제외하면 단점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