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난 8월말 기준

키코(KIKO) 등 통화옵션상품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5개 기업이 '키코'보다 투기성이 큰 통화옵션상품인 스노볼(Snow Ball) 거래로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스노볼에 가입한 기업은 5개사로 계약금액은 59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올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8월 말 원ㆍ달러 환율(1089원)을 기준으로 397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5개사 가운데 중소기업은 3개사로 약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8월 말 이후에도 폭등해 이날 1149원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은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스노볼은 키코와 같은 통화옵션 상품이지만 투기성이 더 크다. 키코는 계약 시점부터 만기 때까지 환 손익의 기준이 되는 환율 행사가격의 상단과 하단(밴드)이 정해져 있지만 스노볼의 경우 밴드가 없이 행사가격이 매달 변동된다. 전달 환율이 오르면 행사가격은 내려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1억달러 규모를 행사가격 930원의 조건으로 스노볼에 가입한 후 첫 달 정산일에 환율이 1150원으로 오른다면 다음 달 행사가격은 당초 930원에서 환율변동분(220원)을 뺀 710원으로 조정된다. 즉 시장에서 1150원에 팔 수 있는 달러를 스노볼 계약에 따라 710원에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1억달러에 대해 34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게 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