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개편안 확정으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이 드러났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5년간 '헌법'보다 고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각종 부동산 정책을 현 정부가 출범 7개월 만에 완전히 뜯어고치는 안을 내놓은 셈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골자는 규제를 풀어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집값 불안을 근원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실제 거주할 수요자에겐 각종 혜택을 주지만 투기 수요는 계속 억제한다는 기조가 깔려 있다.

◆세금인하와 주택공급 확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골격은 크게 세금 인하,주택공급 확대 등 투 트랙(two-track)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만든 로드맵으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폭 확대 △취득ㆍ등록세 완화 △신혼부부 주택 공급 △지분형 주택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 등이다. 출범 7개월이 지난 현재 대부분이 실행 과정에 있으나 집값 불안을 우려,찔끔찔끔 내놓는 바람에 효과가 반감됐다.

세제는 양도세와 종부세를 전면 손질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도세를 중과하는 고가주택의 기준을 '9억원 초과'로 높일 예정이고,20년을 보유하면 양도세를 80% 공제받던 것을 10년만 보유해도 혜택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양도세 세율도 9∼36%에서 6∼33%로 낮아질 전망이다. 종부세는 과세기준도 '9억원 초과'로 조정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고,세율도 1∼3%에서 0.5∼1%로 축소하는 것으로 개정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6ㆍ11대책)와 양도세 기준을 상향 조정(9ㆍ1세제개편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집값 문제는 공급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8ㆍ21대책과 9ㆍ19대책을 발표했다. 8ㆍ21대책은 재건축 규제를 풀고 신도시 2곳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9ㆍ19대책은 2018년까지 수도권 300만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500만가구를 짓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도시 근교와 외곽의 그린벨트 및 산지ㆍ구릉지에 40만가구를 건설하는 것도 들어 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차관은 "수급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가격 급등기에 도입한 과도한 수요억제 장치들을 정상화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대출규제는 유지

정부는 주택시장의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주택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정책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대출규제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이 무리한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선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현재 6억원 초과 주택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LTV 40%를 6억원까지는 60%,6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40%를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방 미분양 주택에 한해 대출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택거래 활성화엔 '글쎄'

정부는 집값 안정 기조를 해치지 않기 위해 대규모 공급계획과 세부담ㆍ규제 완화안을 적절히 섞어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대출억제에 따른 매수 침체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정부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린벨트 해제 등 규제 완화가 자칫 집값 불안의 뇌관을 건드릴 경우 한순간에 집값이 폭등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지방의 미분양아파트 대책도 약효를 내지 못하고 있어,정부가 고민하는 지방 건설경기 부양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