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중장기적인 사교육비 대책과는 별도로 '단기' 학원비 경감대책을 주문했다. 최근 국제중 설립,특성화고 확대,학교 자율화 등으로 '엘리트교육'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변종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범정부 차원의 고강도 처방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비 문제가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학원비 카드결제 거부,시수 조작을 통한 수강료 올리기 등 학원들의 교묘한 수법들은 솜방망이 처벌 기준을 틈타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층 학부모들의 가슴앓이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수강료 부풀리기 더 교묘하게

올해 초 정부가 사교육비를 서민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으면서 서울시교육청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집중 단속의 실무 업무를 담당하는 지역 교육청은 특별 단속도 별 소용없다고 털어놨다. 학원들의 불법 행위가 워낙 교묘하기 때문이다. 수강료 감추기도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신고액과 실제 받는 금액이 다른 것은 물론 한 과목을 2∼3과목 수강한 것처럼 꾸며 카드전표를 2∼3개로 나눠 끊기도 한다. 수강료에 셔틀버스 이용료와 부ㆍ교재비 비용 등을 포함시키기도 하고 강사 명의 통장으로 수강료를 받는 곳도 있다.

지난 7월 한국소비자원에 고발된 사례 중 '특강 끼워팔기'로 학원비를 더 받는 수법도 있다. 경기 고양의 W어학원은 원래 한 권의 교재를 3개월에 끝내는 과정이었지만 중간에 수강료보다 10만원이나 비싼 한 달짜리 특강을 끼워넣어 의무적으로 수강토록 했다. 과다 수강료 징수도 비일비재하다. 강남의 한 유명 영어 학원은 45만원을 받겠다고 신고해 놓고는 13배가 넘는 600만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6년과 2007년 모두 한 해 적발 건수가 100건을 넘었지만 올해는 8월 말 현재까지 단속 건수가 29건에 불과했다. 적정 수강료의 100% 이상 초과한 학원들도 있었지만 영업 정지를 당한 곳은 거의 없었다.

◆'벌점제' 솜방망이 처벌 강화해야

학원업계 관계자들은 수강료 초과 징수 등 학원들의 각종 편법영업을 뿌리 뽑으려면 제도적 문제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적발 즉시 영업정지나 환불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벌점만 매기는 '벌점제'를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서울의 한 학원 관계자는 "중소형 학원들이 뻔뻔하게 학원비를 올리는 이유는 처벌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라며 "벌점 60점 이상을 받아야 영업 정지가 내려지는데 한번 걸려도 벌점 5~10점에 불과해 단속을 우습게 본다"고 말했다. 또 학원비 카드 수수 거부는 학원법상 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교육청이 벌점조차 매길 수 없다.

이와 관련,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처벌 기준을 현실적 구속력이 있도록 강화하고 학생,학부모들이 적정 학원비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보다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