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키코 기업에 유동성 지원 검토 필요"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 규제완화와 민영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에서 "규제개혁을 통해 금융산업 내 경쟁과 자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자본시장통합법도 경쟁을 통해 금융투자업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는 만큼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 리스크가 작은 금융회사부터 진입을 자유롭게 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부적격 금융회사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하고 건실한 금융회사는 자율적 합병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이어 "산업은행 민영화를 통해 기업.투자금융 중심의 선도은행 위상을 마련함은 물론 금융산업의 재편을 촉진할 것"이라며 "10월 중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산은지주회사와 한국개발펀드(KDF) 설립을 위한 실무 작업도 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업무영역 확대에 대해서도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그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금융상품전문판매업 등의 새로운 영업모델과 시장을 창출하고 은행에 일반파생상품거래 허용, 증권사-신용카드사 간 통합제휴카드 발급 허용 등을 통해 업무영역을 확대해 금융회사가 스스로 창의적인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우리가 처해 있는 금융상황은 전세계적인 호황 속에 누적된 과거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전세계적인 재조정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신자유주의 혹은 금융자본주의의 종말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모든 자동차 사고를 엔진(신자유주의) 결함으로 속단할 수 없다"며 "운전자 과실(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교통신호의 문제(잘못된 감독체계), 과속을 단속하지 못한 경찰(감독기관) 등이 문제를 야기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기지에 집중적으로 노출됐던 세계 주요 투자은행(IB)의 경우에서 보듯이 집중에 따른 리스크가 높을수록 국지적인 악재가 회사 전체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는 지역이나 영위업무 면에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또한 "국내 경기둔화에 따라 유동성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급속한 대출 회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고 특히 환헤지 상품인 '키코' 손실이 심각해지면 유동성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에는 유치장 은행연합회장과 황건호 증권업협회장,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김태영 농협신용대표, 강정원 국민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등 금융경영인 25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