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와 추락하는 주가가 명동 사채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파트 건설 시행사들은 서울 명동 사채시장의 단골 고객으로 토지 매입금 등을 사채시장에서 조달한 다음 사업 승인을 받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사채 빚을 갚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 왔다. 명동 사채시장에는 이런 시행사 고객들에게 직접 대출을 해주거나 해당 건설사업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업자'와 이들에게 돈을 대주는 '전주(錢主)'가 있다.

고객이 요구하는 액수가 큰 경우 여러 전주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대출을 해준다. 전주들은 대부분 업자에 대한 신뢰감으로 뭉치지만 부도가 날 경우 업자 한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지는 않으며 공평하게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최근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자 명동 시장에서 쫓겨나는 업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명동 사채업자인 A씨는 "피해액이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컨소시엄을 주도했다가 평판이 나빠져 전주들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하는 업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 경우 다시는 명동에서 사채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시 침체 현상 역시 사채업자들에게는 악재다. 코스닥 업체들에 돈을 빌려줄 때 주식을 담보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식 시장이 흔들리며 담보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다.

A씨는 "지금처럼 주가에 대한 예측이 힘든 시기에는 대출을 줄이는 게 상책"이라며 "몇 달 전부터 아예 일손을 놓고 대출 업무 자체를 하지 않는 업자들도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