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AIG에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처방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는 오히려 '글로벌 금융공황(패닉)'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물론 리먼브러더스에 물린 일본과 중국,유럽 대형 은행들까지 대출 회수에 가세,사상 최대의 디레버리징(자산 회수)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로버트 글라우버 교수는 "5000억달러가 넘는 부실 자산을 상각한 세계 금융회사들이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역사상 전례없는 디레버리징이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미국 5대 투자은행 가운데 살아남은 '빅2'를 비롯해 와코비아은행 씨티그룹 등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가산금리가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해 또 다른 파산 공포감을 퍼뜨렸다.

여기에 미국 간판 MMF(머니마켓펀드)인 리저브프라이머리 펀드가 원금손실 상태에 빠지면서 글로벌 유동 자금의 안전 거처였던 MMF에서마저 펀드 런(갑작스런 자금이탈 러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3개월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는 연 3.06%로 0.19%포인트나 치솟았다. 1999년 9월29일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 돈줄이 말라붙으면서 글로벌 경기의 하드랜딩(경착륙) 가능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현지시간) "정부의 AIG 구제금융 지원이 세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실패했다"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라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전 세계 금융시장의 공황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 수준까지 치달았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넘어 자본주의의 위기"(스티브 브란트 미국 경제전문 기고가)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