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26弗총 58억5000만弗에 사겠다" 공개 제안
샌디스크 일단 거부…"곧 합의점 찾을 것" 전망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의 플래시 메모리카드 업체인 미국 샌디스크를 인수하기 위해 최대 6조8000억원(58억5000만달러)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하지만 샌디스크 측이 '삼성전자가 제안한 인수 가격이 기업의 가치에 비해 낮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주당 26달러가 적정하다"

삼성전자는 샌디스크가 발행한 주식 2억2500만주를 주당 26달러에 100% 현금으로 전량 인수하는 조건을 샌디스크 측에 제시했지만,샌디스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17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이윤우 부회장이 엘리 하라리 샌디스크 회장을 직접 만나 인수 의사를 처음 밝혔으며,지난달 9일 인수가격을 주당 26달러로 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삼성이 제시한 인수가는 두 회사의 합병 움직임이 보도되기 이전인 지난 4일 주가에 93%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며,15일 종가(미국 현지시간)에 비해서도 80% 높다.

샌디스크는 그러나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제안을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가격은 샌디스크의 52주간 최고 주가인 56달러의 55%에 불과하며,샌디스크의 내재 가치에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샌디스크가 제안을 거절하자 지금까지의 협상 내용과 유감의 뜻이 담긴 서한을 17일 외부에 공개했다. 샌디스크도 같은 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의 인수 제안 금액이 미흡하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삼성식 M&A 전략 통할까

삼성전자가 M&A 협상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관례를 깨고 인수의향서 전문을 공개한 것은 인수가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샌디스크의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제안한 인수가격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플래시 메모리카드 분야의 업황도 부진해 샌디스크의 주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샌디스크의 일반 주주들은 이사회가 삼성전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M&A의 성사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금명간 적당한 합의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수가격을 제외한 향후 경영 계획,고용 승계 등에 대해서는 두 회사의 의견이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며 "이사회를 설득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M&A에 적극적인 것은 샌디스크가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M&A가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 샌디스크에 지불하고 있는 연간 4억달러의 기술사용료를 아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