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화백(1914~1965년)의 유화 '빨래터'(72×37㎝ㆍ낙찰가 45억2000만원)에 대한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술품 과학감정 전문가인 최명윤 명지대 교수 겸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빨래터'의 과학감정 분석 결과 보고서가 조작됐다고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가 올해 초 안목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린 데 이어 서울대학교 기초과학공동기기연구원 정전가속기연구센터와 일본 도쿄예술대학 미술학과 문화재보존학 보존수복유화연구실도 정밀 과학감정을 실시,진품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는 주장이다.

최 소장은 이날 "서울대와 도쿄예대에서 과학감정 때 '빨래터'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사용한 기준작 7점 중 '고목과 여인'의 경우 1980년대 후반에 개발된 합판이 사용된 것을 비롯해 기준작들도 문제가 많다"며 "캔버스와 액자의 연대 측정에서도 의문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술계 상황을 감안할 때 '빨래터'가 진품이 아님을 증명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작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는 있으나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를 비롯해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김용대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등 안목 감정에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난 미술계 인사들이 한결같이 진품이라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학 감정의 핵심 모델인 기준작들의 위작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서울대와 도쿄예대의 과학 감정을 뒤집을 만한 논거를 제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옥션 심미성 이사는 "박 화백의 '고목과 여인'은 기준 작품으로 제시된 작품이 아니며 연대 측정 역시 원리적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측도 기준작들은 소장자들이 원치 않아 공개할 수 없는 데다 도쿄예대와 서울대 역시 물감 성분은 같은 작가라도 작품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위작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최 소장은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빨래터'의 진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지만 소장가가 작품 공개를 꺼리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는 실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