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로 패닉에 빠졌던 국내 증시가 미 연준의 AIG 지원 소식에 반등하고 있다.

17일 오전 11시2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1440선 회복을 시도하고 있고, 코스닥 지수는 450선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연준이 AIG에 최대 850억달러를 지원하고 지분 79.9%를 확보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영국 은행 바클레이즈가 리먼브러더스의 자산 일부를 인수키로 했다고 전해지면서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연준은 전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인하가 아닌 직접적인 '수혈'을 선택했다. 지난 밤 미국 연준은 FOMC 에서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경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계속되는 유동성 경색 문제에는 단기 유동성 공급 확대가 오히려 더 효과적임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가 진행되고 있어 연준이 인플레이션 문제에 더 집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
박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지는 신호 없이는 금융위기가 지속돼도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일정기간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직접 자금을 투입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게다가 금리를 인하할 경우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유가 상승 반전 가능성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일단 AIG가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안정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글로벌 증시가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변동성 장세가 거의 불가피한만큼 좀 더 추세를 점검하고 대응하는 편이 안전할 듯 하다.

한화증권 정문석 연구원은 "850억달러의 자금은 현재 위기를 해소하는데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AIG가 리먼브러더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해소되면서 금융위기 확대 우려감이 대폭 완화되고, 각국의 금융시장도 최소한 단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리먼과 AIG의 자산 매각이 지속된다는 우려는 남는다고 정 연구원은 지적했다.

자금지원이 브리지론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신속한 자산매각에 따른 자금상환이 이뤄질 것이고, 이 경우 AIG가 보유 중인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 주식, 채권 매각이 대폭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메리츠 심 팀장은 "일부 악재를 털어낸 것이지 완전히 소멸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시장을 끌어올릴만한 호재거리가 없는게 문제"라며 "와코비아와 워싱턴 뮤추얼의 부실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일 일부 미국 금융주가 예상보다 나은 3분기 실적을 내놨다고 하지만, 9월 실적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