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코스닥 상장 중견기업이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사실상 '흑자 부도'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태산LCD는 16일 키코로 입은 806억원 규모의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및 재산보전 처분,포괄적 금지명령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 3441억원에 1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환헤지 상품 가입에 따른 피해액이 지난 6월 말 기준 806억원(환율 1043.4원 기준)에 달하면서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다.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은 월 단위로 만기가 돌아오면 손해분을 은행에 납입해야 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에 내야 하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선언에 이르게 된 것이다. 태산LCD가 밝힌 손실액은 806억원이지만 지난 3개월 사이 원.달러 환율이 1150원을 넘어섬에 따라 손실액이 80억원가량 불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법원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앞서 회사 측이 제시한 채무변제계획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용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기획법관은 "통합도산법에 1개월 내 회생절차 개시에 대한 결정을 하도록 돼 있어 회생에 들어가는 것이 적합한지 여부를 충분히 고려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태산LCD는 이날 법원의 회생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회사가 보유한 재산을 채권자들이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을 받았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헤지 상품 가입에 따른 손실을 버티지 못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거 부도위기에 몰리자 중소기업중앙회는 상품가입을 권유한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내기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법무법인 대륙 안세 로고스 프라임 등 4곳을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씨티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 등 13개 은행을 대상으로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집단소송에 참여키로 한 기업은 키코 상품에 가입한 1000여개 회사 가운데 일부인 132개사다. 이들의 손실액은 원.달러 환율 1100원을 기준으로 9466억원에 달한다.

김태환 중소기업중앙회 부장은 "상품을 판매할 때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은행의 책임을 물어 이달 중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현예/박민제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