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후폭풍이 증권시장에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은행과 증권의 서울지점에 대해 영업중단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리먼이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한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는 중단됐다.

특히 리먼이 주식과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증권을 투자하고 있는 '리먼 리스트'에 오른 국내 기업들의 주가는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로 줄줄이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리먼 투자기업들 줄줄이 하한가

리먼 리스트 기업들 중에서 CB와 BW로 자금을 유치한 8개 회사들의 피해가 컸다. 리먼 측이 현금 확보를 위해 조기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리먼으로부터 1000만달러의 CB를 발행한 엘림에듀를 비롯해 트라이콤 가비아 등이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또 리먼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5개사 주가도 폭락했다. 리먼 보유지분이 9.6%인 오리엔탈정공이 하한가 수준까지 밀렸고 이앤이시스템과 바이오매스코리아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다.

◆ELW 투자자 피해 불가피


리먼이 유동성 공급을 하는 ELW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당분간 리먼은 LP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거래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리먼이 LP 역할을 하는 종목은 102개에 이른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이게 됐다. 이날 리먼이 유동성 공급을 맡고 있는 ELW들은 발행사에서 매수하면서 일부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먼이 유동성공급을 맡고 있는 종목을 다른 증권사가 LP 역할을 대신할 때까지 ELW의 유동성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들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당분간 원하는 가격에 매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도 ELS 피해

리먼과 ELS 거래를 한 국내 증권사들의 피해가능성도 제기됐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ELS를 판매해 들어온 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을 리먼에 맡겨 운영했기 때문에 파산시 이를 되돌려 받을 수 있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리먼과 이런 거래를 많이 한 증권사는 현대 대신 메리츠 신영 등이다. 금융감독원은 위험에 노출된 자금이 3억9000만달러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증권사와 전문가들은 실제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리먼과 ELS 거래를 하면서 투자금 전액을 맡기지 않고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계약해 실제 위험노출액은 최대 수억원 선"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리먼이 파산할 경우 받을 돈과 줄 돈을 상계해 차액만 정산하게 돼있는데 금감원은 받을 돈만 계산해 위험액으로 집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반 투자자들은 리먼과 계약한 것이 아니라 증권사와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금은 약정된 조건에 따라 증권사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다. 다만 주가가 급락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원금손실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총 7200만달러 투자

국민연금이 리먼 브러더스와 AIG, 메릴린치에 총 722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48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이 16일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리먼에는 모두 1970만달러가 투자됐으며 15일 현재 평가액은 원금대비 45.7%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이 세 차례에 걸쳐 53달러,18달러, 65달러에 각각 매입한 리먼 주식의 경우 현재 2센트에 불과해 휴지조각이 됐다. 구제금융을 요청한 AIG에는 총 1190만달러가 투자됐으나 현재 평가액은 원금대비 16.2%로 나타났다. 총 1050만달러가 투자된 메릴린치의 경우 현재 평가액은 원금대비 81%로 나타났다.

김재후/조재희/이준혁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