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예비실사…포스코·GS·한화·현대重정보전 돌입

포스코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무팀을 이끌고 있는 이영훈 경영기획실장(상무)의 요즘 별명은 '도한철'이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그만큼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는 얘기.매일 인수팀 회의를 통해 전략을 수정·보완하고 경쟁회사의 동향까지 파악하느라 하루 해가 짧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참석하는 대우조선해양 관련 브리핑도 열린다.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 자문역할을 하는 메릴린치 관계자들은 물론 금융회사 관공서 증권사 직원들과 수시로 머리를 맞댄다. 각종 기관에서 주최하는 기업 인수·합병(M&A)관련 세미나 등에도 가능하면 모두 참석한다. 이 상무는 "포스코 입사 후 20여년 만에 가장 바쁜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예비실사가 시작되면서 각 인수후보 기업들의 실무진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3주간의 실사를 통해 인수전의 핵심인 매수가격을 정해야 하는 만큼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GS그룹은 지주회사 내 사업지원팀을 중심으로 60명가량의 인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매달려 있다. 최근엔 자회사인 GS칼텍스와 GS건설 쪽에서도 전문인력을 끌어왔다. GS건설 관계자는 "매일 아침마다 김갑렬 GS건설 사장 주재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회의를 한다"며 "이번 인수전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그룹은 자회사마다 인수 논리를 전파하는 데도 열심이다. 회사 관계자는 "GS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GS건설 플랜트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가 막대하다는 점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한화그룹은 유시왕 부사장 아래 30명가량의 실무팀이 꾸려져 있다. 여기에 JP모건 딜로이트안진 등 인수 자문사에서 파견나와 있는 전문가 그룹이 힘을 합쳐 실사를 진행한다. 현대중공업도 자문사인 모건스탠리와 함께 대우조선해양의 사업 내용을 집중적으로 분석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전략을 짜는 것과 동시에 사내 직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도 각 회사 인수 실무팀의 몫이다. 인수전에 어려움은 없는지,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사내 직원들의 질문이 수시로 쏟아진다. 인수후보 기업들은 경쟁회사 실무진과의 회동도 종종 갖는다.

한 관계자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실무진이 모여 돌아가는 판세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수 참여기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끝나면 네 곳의 인수 후보기업 가운데 탈락한 세 곳의 실무진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피말리는 싸움을 하느라 요즘엔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