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박 녹 영남대 나노시스템공학과 교수
이강후 지식경제부 본부 국장
송낙헌 강원발전연구원 교수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미래전략그룹장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면서 신재생에너지,'그린카','그린시티' 등 그린 비즈니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도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비전으로 내세우며 그린 비즈니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기업들도 태양광 발전,풍력발전,그린카 개발 등 신사업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그린 오션으로 가자'라는 기획기사의 마지막 회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향후 세계 경제 질서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얼마나 보유했는지에 따라 급속하게 재편될 것"이라며 "녹색 성장으로 한국 경제의 생태계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에서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박녹 교수=우리로서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얼마나 빨리 개발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전 세계적으로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이 기술을 많이 가진 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지금 선진국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늦은 만큼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강후 국장=저탄소 녹색성장의 주요 이슈가 신재생에너지 부문이다. 한국이 뒤처져 있지만 중점 육성하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 과거 반도체 조선 LCD 등은 늦게 출발했지만 지금은 앞서 나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도 늦게 출발했지만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허증수 교수=1990년의 추정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억t이다. 2010년에는 6억5000만t으로 예상된다. 그 차이인 3억5000만t을 어떻게 줄일지가 시급한 과제다. 당장 2013년에는 한국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030년에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얼마로 높이겠다는 장기 계획보다 온실가스 감축량을 어떻게 할당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액션플랜부터 수립해야 한다.

▲송낙헌 교수=이산화탄소 흡입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단기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건물 옥상 녹화를 장려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본은 건물 옥상 녹화가 아주 잘 돼 있다. 100㎡에 연간 3.1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도시를 재정비해 녹지공간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공기를 정화하도록 만드는 것도 한 방안이다.

▲조용수 그룹장=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이다. 사회적으로 감당할 부담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시작하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어떻게 민간 부문을 설득하면서 조화롭게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려면.

▲허 교수=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알려야 한다. 우리의 온실가스 상황이 어떤지,얼마나 감축할 여력이 있는지,감축하지 않으면 얼마나 큰 부담이 생기는지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에너지 절약 등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기업들로부터 공정 개선 노력을 얻어낼 수 있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움직이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에너지 그랜드 디자인도 짜야 한다.

▲조 그룹장=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에너지에 쓰이는 재원이 결국 나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용 창출,중소기업 육성,지방 균형발전 등에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할 때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기업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이 국장=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천문학적인 사업이 전개될 것이므로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대기업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 GE,베스타스(풍력부문 세계 1위ㆍ덴마크),큐셀(태양광 부문 세계 1위ㆍ독일) 같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나와야 한다. 반도체 하면 삼성전자,조선 하면 현대중공업처럼 한국에서도 태양광 하면 어디라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송 교수=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70% 선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턱없이 부족하지도 않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단기적으로 반도체와 공정이 유사한 태양광 셀 등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데.

▲이 국장=태양광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취약해 정부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의 경우 막대한 재원을 지원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잘 될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지만 정부의 잇따른 대책 발표로 자신감을 갖고 투자할 것으로 기대된다.

▲허 교수=삼성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이후 10여년간 적자를 봤다. 굳이 뛰어든 것은 미래를 겨냥한 투자였다. 지금은 어떤 회사든 몇 년 적자 나면 CEO가 해고된다. 장기 투자가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기업,정부,국민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액션플랜이 그래서 필요하다.

▲박 교수=평균 전력생산 단가는 70원인데 신재생 태양광은 700원,풍력은 100원 정도다. 기술을 발전시키고 보급을 늘리기 위해 630원가량을 보조해준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각종 기자재는 외국에서 수입한다. 단순한 보조보다는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허 교수=10년,20년을 내다보는 계획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일관성있는 조직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계획도 부정확하고 조직도 혼란스럽다. 국무총리실,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환경부,국토해양부,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제각각 자기 주장을 펴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만 있고 조정 능력이 없다. 일본 유럽 등은 총리와 장관 사이의 별도 기구가,미국은 백악관 내 특별기구가 조율하고 있다.

▲박 교수=상황이 워낙 급변하고 있어 정부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IT(정보기술)가 최고라고 했는데 저탄소 녹색성장 대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으니 정부도 혼란스러운 것 같다.

▲송 교수=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으로 생각된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정책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뤘듯 녹색성장으로 제2의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관련 법 체계는 체계적이지 못하고 미흡하다.

―그린 오션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조 그룹장=그린 오션은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패러다임이다. 팽창 일변도였던 한국경제 생태계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술 및 사업 모델이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산업구조도 장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허 교수=그린 오션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다. 유한한 자원을 후대와 나눠 쓴다는 취지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 향상을 통해 도농 간 격차나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치 시스템도 레벨업될 것이다.

―중장기 과제를 꼽는다면.

▲송 교수=도시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신도시 건설 때 인센티브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참여토록 유도해야 한다. 지자체는 정책을 집행하고 홍보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갖고 있다.

▲박 교수=앞으로 20,30년간 녹색산업이 기조가 될 것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중앙 부처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탄소 녹색성장 분야는 국제 감각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한 만큼 정부 인사 정책에 적극 감안돼야 한다.

정리/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