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16일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 등으로 미국 증시가 폭락했지만, 이는 미국 금융위기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것으로 풀이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선 “뉴욕증시에서 올 들어 주가 급락세가 가팔랐던 상위 6개사는 패니매, 프레디맥,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 AIG, 메릴린치 등의 순으로, 패니매(-92.1%)에서 메릴린치(-68.2%)까지는 하락폭이 크지만, 메릴린치 다음 순서인 씨티그룹은 -39.0%로 하락 강도가 훨씬 약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1년새 주가가 70% 가까이 하락했다는 것은 거의 부도종목 수준이라며, 문제의 6개사 주가는 시장에서 이들 6개사의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금융 구조조정은 이 6개 금융기관의 처리 방향에 달려있는데, 이들 중 5개사는 처리에서 큰 방향이 잡힌 만큼 미국 금융 구조조정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어스턴스는 이미 JP모건에 인수됐고,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긴급 구제금융 조치로 사실상 정부 관리 체제에 편입됐으며, 리먼 브라더스는 퇴출, 메릴린치는 매각을 통해 회생의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오는 25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AIG의 행보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미국 금융 구조조정은 ‘6분의5’의 진도로 마무리 국면에 이르렀다는 것.

김 애널리스트는 “모든 금융위기는 결국 신용의 문제이고 신용 문제는 부실 금융기관의 퇴출 혹은 새로운 자금의 신규 유입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데, 리먼은 퇴출, 메릴린치는 신규자금 유입과 피인수합병으로 길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리먼 퇴출로 인해 금융시장이 단기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금융기관 퇴출은 당장은 입에 쓴 약이지만 불가피한 길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오히려 부실 금융기관의 처리 시기가 지연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9월 들어 미국 금융 구조조정이 급진전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번의 짧은 패닉을 거쳐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 금융위기가 올바른 해결의 길로 접어들고 있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인플레 우려도 약화되고 있어 주가 수준은 한 단계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며, “만일 이번 사태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 적절한 매수 기회로 활용할 만 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