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정치권도 제발 싸움 좀 그만하라고들 하더라."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지역구를 돌아본 여야 의원들은 15일 이구동성으로 "바닥까지 내려간 민심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에 얼굴을 들 수 없었고,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도 가는 곳마다 쏟아지는 쓴소리에 곤혹스러웠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민의 삶이 어려운 데도 정쟁에만 매달리는 국회에 대한 분노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 어려운데 정치권 싸움 그만하라"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다"

민주당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는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은 "지역구민 10명 가운데 9명이 IMF(외환위기) 때보다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며 "도대체 언제쯤 경기가 나아지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뿐이었다"고 전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서울 동작갑)은 "경기가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허허' 너털웃음만 지으면서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잘사는 사람들조차 경제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여과없이 전했다.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은 "지역민들이 경제가 잘 될 거라는 기대를 놔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재래시장을 돌아보는 게 불편할 정도로 민심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계진 의원(강원도 원주)은 "경제걱정과 물가가 너무 오른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면서 "지난번 대통령과 대화가 의구심과 불만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기대 안해' vs '그래도 믿어봐야'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야당 의원들은 "경제 하나는 제대로 해놓을 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아직까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부산 북·강서을)은 "대통령에 대한 욕을 많이 들었다"면서 "그래도 깊이 이야기하면 대통령이 중심인데 어려워도 도와줘야 한다는 말씀도 없진 않았다. 적어도 대통령에 대해선 민심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조진형 의원(인천 부평갑)은 "이번 추경예산 처리 무산에서도 보듯이 여당이 너무 야당에 양보만 하고 끌려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며 "대통령이 힘을 내서 경제 살리기를 제대로 해달라는 당부가 적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대전 중구)는 "경제살리기에 대한 기대감이 낙담으로 바뀌었고,취업문제 역시 우려감을 넘어 분노의 수준까지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동균/김유미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