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하나대투증권 본점 영업부.200억원 한도로 판매한 기은캐피탈 채권이 하루 만에 동이 났다. 영업부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A+'로 우량한 데다 세전으로 연 7.53%의 수익이 예상돼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고객들이 대거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는 지난달에도 'A+' 등급의 산은캐피탈 채권 200억원어치를 하루 만에 팔았다. 최근 주식시장이 침체를 거듭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은행채 카드채 캐피털채 등이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서 인기다. CD(양도성예금증서) RP(환매조건부채권) 등에도 다시 개인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소액채권 인기 상한가

요즘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소액채권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카드 신한카드 등 카드채만 8월 한 달 동안 1800억원어치 팔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금융회사나 법인 등이 관심을 가졌지만 최근에는 개인 자산가들도 채권매입을 희망하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부터 '신한카드 1216회' 채권 판매를 시작한 한국투자증권은 4일 만에 400억원 한도를 거의 채웠다. 이 상품은 신용등급 'AA',세전수익률은 6.20%로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온다. 박상도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장은 "잔존만기일이 얼마 남지 않아 부도위험이 낮고 CMA(종합자산관리계좌)나 정기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돼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다"며 "앞으로도 고금리 소액채권 상품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소액채권은 주로 은행채와 카드채들이다. 비교적 금리가 높고 신용등급도 우량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소액채권 판매실적이 좋은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투자기간 1년 이내의 단기채 5종류,1년 이상의 중장기채 6종류를 판매 중이다. 신용등급이 'AA0'인 '삼성카드 1598회'는 투자기간이 142일로,만기까지 보유하면 세전으로 연 6.26%의 금리가 지급된다. 중장기채는 수익률이 훨씬 더 높다. 투자기간이 약 1년인 '두산캐피탈 290회'는 연 7.68%,약 2년인 '현대캐피탈 962회'는 연 7.46% 수익이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이 오는 17일부터 판매 예정인 '롯데캐피탈' 채권은 1년 만기까지 보유하면 연 7.40% 수익이 보장된다. 이 밖에 현대증권은 포스코건설과 대한항공 회사채를 총 160억원 규모로 판매할 계획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부담이 되는 고액 자산가들은 소액채권을 이용해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다. 2003년 12월 이전에 발행된 채권은 만기 5년 이상,이후에 발행된 채권은 만기 10년 이상이면 분리과세가 가능하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은 국채나 지방채,종합과세에 대비하기 위한 고액 자산가들은 물가연동 국채 등을 주로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채 투자 펀드도 잇따라 나와

최근에는 자산운용사들도 은행채에 투자하는 펀드를 연이어 준비하고 있다. 아이투신운용은 이달 말부터 '아이코리아은행채투자신탁'을 주요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한다. 이 상품은 주로 은행채에 투자하되 CD와 정기예금 등도 일부 편입하는 펀드다.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대형 은행채에 집중해 안전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연 7.3∼8% 수준의 수익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상품은 가입 90일이 지나면 수수료없이 중도 환매가 가능해 향후 금리 상황에 따라 투자기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투신운용도 이달 중 씨티은행을 통해 은행채에 투자하는 '삼성포커스채권투자신탁'을 판매한다. 삼성투신 관계자는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을 위한 사모펀드로 은행채 펀드를 운용해왔지만 최근 개인들의 관심이 커져 공모용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