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이재우만 있는 게 아니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8년차 우완 투수 김상현(28)이 `필승 계투조' 임태훈과 이재우의 뒤를 받치는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홈경기 0-3으로 뒤진 3회말 선발 이혜천을 구원 등판해 4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김상현은 때마침 역전 점수를 뽑아준 타선 덕에 시즌 5번째 승리를 거뒀다.

140km대 중반에 이르는 빠른 직구에다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 조합이 위력을 발했고 아웃 카운트 13개 가운데 삼진으로 6개를 잡았을 만큼 구위가 좋았다.

지난해까지 직구와 커브만을 던졌던 김상현은 올해 전지훈련에서 권명철 투수코치에게 슬라이더를 배운 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부쩍 늘어나며 두산 불펜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시즌 두산 투수 가운데 이재우와 임태훈 다음으로 많은 38경기에 등판해 한 차례도 패전을 기록하지 않았다.

68⅓이닝을 던져 삼진 67개를 빼앗는 동안 볼넷이 6개에 그칠 정도로 제구가 정확했고 평균자책점은 1.32에 불과하다.

특히 올림픽 휴식기 이후 쓰임새가 요긴했다.

정재훈이 선발로 돌아가고 이재우가 마무리를 겸임하게 되면서 기용 빈도가 높아진 김상현은 후반기 개막 이후 팀이 치른 16경기 가운데 10경기에 등판해 16이닝을 던져 1실점으로 막아내고 3승을 거뒀다.

김경문 감독은 후반기 두산을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투수진을 거론하며 김선우와 이승학 등 선발진과 함께 김상현의 활약을 꼽았다.

투수진에서 김명제와 레이어 등이 빠지면서 `우왕좌왕'할 뻔 했지만 자신감을 찾은 김선우와 함께 김상현이 중간에서 제 역할을 해주면서 순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상현은 "임태훈과 이재우라는 확실한 중간 계투를 뒷받침해주는 올해 활약에 만족하고 있다"며 "지난해(4승9패)만큼만 하자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벌써 목표를 달성했다"며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진규수 기자 nicemas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