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되는 중국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홍콩H지수가 급락해 1년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홍콩 증시의 대표지수인 항셍지수는 20,000선 아래로 밀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3% 넘게 내려 2000선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 우량기업들이 주로 상장된 홍콩H지수는 11일 장중에 10,000선 밑으로 떨어져 9800선까지 밀리는 급락세를 보인 끝에 4.19% 내린 10,052.03으로 마감돼 1년5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밀렸다. 항셍지수도 3.06% 하락한 19,388.72를 기록,작년 3월16일 이후 처음으로 20,000선이 깨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34% 떨어진 2078.98로 마감돼 간신히 2000선을 지켰지만,2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다.

이 같은 중국과 홍콩 증시의 급락은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금융업체들의 부실 우려가 불거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기용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초상은행이 올 상반기 홍콩 윙룽은행의 주식 1억2300만여주를 주당 156.51홍콩달러에 매입했는데 현재 주가가 72홍콩달러 수준으로 반토막이 나 있다"며 "이로 인한 평가손실만 원화로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국 초상은행 주가는 8.9%나 빠졌다.

홍콩 정부가 주식 배당에 대해 소득세를 매기기로 확정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정향빈 대우증권 중국 담당 연구원은 "홍콩 증권관리청에서 홍콩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배당에 대해 해외와 중국 본토의 기관투자가에 10%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며 "이에 따라 기관들의 주식이 대거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 긴축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보다 10.1% 올랐다고 발표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인플레 압력이 당분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기 부양정책보다는 긴축 정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정향빈 연구원은 "전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대비 4.9% 오른 것으로 발표되면서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 차이가 더 벌어지며 중국의 기업 이익 둔화 우려가 제기된 것도 투자심리가 냉각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심리적 지지선이 깨지면서 중국 및 홍콩 증시는 당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의 경우 강세장의 시작이었던 2006년에 기록했던 2240선이 이달 5일 깨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진단이다.

우리투자증권 주희곤 베이징리서치센터장은 "호재까지 악재로 작용할 만큼 투자심리가 거의 패닉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악재는 물론 호재까지도 악재로 의심받으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추문성 신한BNP파리바운용 이사는 "리먼브러더스 해결책이 불투명해지면서 이머징시장에서도 특히 중국과 홍콩 증시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정부가 내달 예정된 전국인민대회 이전에 확실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전까진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후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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