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사업실패를 겪은 뒤 유모차와 자전거를 결합한 이색 3륜자전거 '트로이카'를 개발,'삼전사기(三顚四起)'에 성공한 ㈜트로이카의 허주일 대표(37).

그는 요즘 '그린오션''저탄소''녹색성장'과 같은 단어만 보면 붕 뜨는 기분이다.

최근 미국 중국 두바이 등 각국 바이어들로부터 3000대가 넘는 주문이 쏟아진 것이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에서다.

트로이카는 지난해 대한민국발명대전에서 독특한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동상을 수상,잠재성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홍보 부족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국내에서는 주부동호회 등으로부터 300~400대씩 단체주문이 들어오는 데다 미국과 대만에서는 독점판매권을 달라는 제안이 쇄도하는 등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그는 11일 "고유가에 따른 친환경이동수단에 대한 관심과 자전거 한 대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 잘 맞아떨어진 듯 싶다"며 뜨거운 시장 반응에 놀라워했다.

트로이카는 유모차를 앞에 결합하면 3륜 유모차 자전거가 되고,유모차를 떼내고 앞바퀴를 달면 보통 2륜 자전거가 되는 국내 첫 '트랜스포머'형 자전거.어린이 의자만 빼면 3륜 자전거가 돼 노약자나 자전거 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쉽게 탈 수 있다.

허 대표는 "접으면 길이가 1m 정도로 줄어든다"며 "삼륜 자전거 중에서 중형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가는 제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자랑했다.

사실 트로이카는 허 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사업이 기울던 2004년,세살짜리 아들과 놀아주기 위해 만든 '부자(父子)공용 장난감'에서 출발한 것.

유모차를 앞에 매단 자전거 설계도면과 2륜 자전거 두 대를 철공소에 맡겨 '뚝딱' 만들었다. 아무 탈없이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타고 다니는 것을 본 동네사람들이 "사업화하면 뜨겠다"고 바람을 넣으면서 '사업병'이 다시 도졌다. 이후 3년반 동안 5억여원을 쏟아부은 끝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유모차겸용 다목적 3륜자전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

이런 결실을 맺기까지 '굴곡'도 많았다. 그는 두산그룹 의류사업BG에서 폴로와 랄프로렌 상품기획을 하던 머천다이저(MD) 출신.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업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해 입사 2년 만에 사표를 냈다.

'소리나는 힙합 티셔츠'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온라인 힙합쇼핑몰을 만들었다가 첫 번째 쓴 맛을 봤다.

축하메시지가 나오는 '보이스 선물상자'를 개발,당시 정보통신부 우수기술로 선정돼 1억원을 지원받기도 했지만 모두 날렸다. 10시간 이상 냉장이 지속되는 보냉팩을 개발해 시작한 샐러드 배달 프랜차이즈 '모닝샐러드'로는 제법 돈을 모으고 유명세까지 탓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남은 자산은 제품개발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졌다는 것과 사업화 과정에서 직접 따낸 12건의 특허.트로이카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시장에 나온 비결이다.

허 대표는 앞으로 익스트림 스포츠용 자전거인 엑스-트라이크(x-trike)와 누워서 타는 자전거도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 10월에는 싱가포르 우수상품박람회와 두바이 스포츠산업대전에 트로이카를 출품하는 등 해외마케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참이다.

"자전거로 희망을 얻었으니 자전거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야죠.환경미화원이나 야쿠르트 아줌마전용 자전거,장애인용 자전거처럼 수요는 많지 않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자전거를 많이 만들어 특수자전거 분야의 세계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이관우 기자/하경환 인턴(한국외대 4년)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