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대한체육회가 '6개월짜리' 태릉선수촌장 선임에 나섰다.

체육회는 올림픽이 끝난 직후 자진 사퇴한 이에리사 전 선수촌장의 후임자를 뽑기 위해 내부 인선 작업중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최초의 여성 선수촌장이이었던 이에리사 전 선수촌장은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청와대 오찬 행사를 마지막으로 사퇴했다.

표면적인 사퇴 이유는 3년 5개월동안 제 역할을 다했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연택 체육회장과 '코드'가 맞지 않은 것이 주요 배경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리사 촌장 사퇴 이후 체육회는 당초 후임 촌장을 뽑지 않을 방침이었다.

이 회장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 내년 2월까지 특별한 국제대회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체육회는 박태호 훈련본부장이 촌장 직무대행을 맡는 방안과 조재기 사무총장이 선수촌장을 겸직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다 김성집 체육회 원로자문위원이 명예 선수촌장을 맡는 방안으로 대략적인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주변에서 선수촌장이라는 자리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이에리사 촌장이 떠나지 마자 자천 타천으로 태릉선수촌장을 맡겠다는 체육인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주변 압력을 뿌리치지 못한 이연택 체육회장은 지난 3일 대한체육회 부회장단과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부위원장 합동 조찬 모임에서 "마땅한 인물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공개 인선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연택 회장이 선수촌장을 다시 뽑기로 결심함에 따라 빠르면 추석 직후 새로운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체육인들은 정말 필요해서 뽑는 선수촌장이 아니라 자리를 챙겨주기 위해 6개월짜리 촌장을 뽑는 인사라서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