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박모씨(서울 목동) 부부는 최근 '제주 요트 여행'을 즐기고 왔다. 40인승 규모의 돛 달린 요트를 타고 제주 해안일대를 돌면서 바다 낚시를 즐기고 석양을 감상했다. 저녁이 되자 선상 위에서는 바비큐·샴페인 등을 겸한 고급 디너 파티가 열렸다. 한 쪽에선 음악 연주로 흥을 돋웠다. 박씨는 "작년 여름 휴가 때 즐겼던 지중해 선상 파티가 연상될 만큼 낭만적인 여행이었다"며 즐거워했다.

◆VIP가 백화점 매출의 절반

박씨 부부가 다녀온 제주 요트여행은 롯데백화점이 최근 연간 구매액 5000만원 이상인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초우량 고객)'에게 제공한 서비스다. 이처럼 소수 고객을 위한 백화점들의 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럭셔리해지고 감동을 주는 이벤트로 진화하고 있다. 불황일수록 부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선 현금·선물보다 '진한 감동'을 선물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화점에선 1인당 구매액 기준 상위 5% 고객이 전체 백화점 매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따라서 백화점의 VIP 마케팅은 매출을 끌어올리는 가장 효과적 수단인 셈이다.

과거 음악 공연과 문화 강좌 수준에 머물던 백화점들의 VIP 프로그램이 최근에는 요트 투어와 선상 파티,프로 골퍼의 동반 라운딩과 레슨 등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백화점들이 VIP를 황제 모시듯 하다 보니 VIP급 구매력을 가진 고객들이 단골 백화점 한 곳에서 구매하던 것을 여러 백화점으로 나눠 구매함으로써 백화점마다 VIP 대접을 받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VIP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웬만한 서비스로는 감동을 주기 어렵다"며 "남들이 다 하는 것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해 보고 싶어하는 게 최근 부자들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비싸더라도 감동이 있어야

롯데백화점이 최상급 VIP인 '프레스티지' 회원을 초청해 지난달 진행한 '제주도 요트 투어'(회원과 1명 동반)는 서울~제주 간 왕복 항공료와 롯데호텔 제주 숙박료 등 비용 전액을 백화점 측이 부담했다. 앞서 지난 5월엔 VIP 1500명을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한여름밤의 브람스 스페셜 콘서트'(세종문화회관)로 초대했다. 관계자는 "단순한 선물보다 문화·예술 서비스를 강화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많아 국내외 수준급 아티스트들이 진행하는 격조 높은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은 앞으로 조수미 콘서트,백건우·런던필하모닉 협연 콘서트 등도 열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월 VVIP '트리니티'(구매액 기준 최상위 999명) 회원들을 위한 골프대회를 경기도 가평 베네스트GC에서 처음 개최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최모씨(55·서울 성북동)는 "작년까진 백화점 초청 행사가 개인 골프 레슨이 전부였으나 올해는 프로 골퍼가 직접 나와 함께 라운딩하고 백화점 직원이 집과 골프장 사이를 픽업 서비스까지 해 줬다"고 귀띔했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구매액 3억원 이상인 VVIP에게 '아프리카 10일 여행' 등을 보내 주고 5억원 이상은 승마클럽 멤버십과 아랍체험 5일 여행 등을,7억원 이상엔 지중해 크루즈 14일 여행 등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10억원 이상 고객을 위해선 연 2회 전세기 이용권과 50일짜리 크루즈 세계일주 여행권 등 초호화 서비스를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구매액 3500만원 이상인 일반 VIP에게도 KTX 1등석으로 국내 열차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