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일부 기업의 '유동성 괴담' 근원지로 의심받고 있다. 외국인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에 다시 사서 갚는 공매도(대차거래)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 괴담으로 특정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면 막대한 차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증권예탁결제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괴담의 대상이었던 두산ㆍSTXㆍ한화그룹주의 대차거래잔량(주식수)이 지난달 한 달간 크게 증가했다가 괴담이 급속도로 유포되며 주가가 급락한 이달 1~3일엔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차거래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외국인이 이들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기 전에 주식을 빌려 비싼 가격에 먼저 매도한 다음에 괴담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싼 가격에 주식을 되사서 갚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달 말 두산건설의 대차거래 잔량은 69만여주로 한 달 사이에 9만주가 늘었다가 이달 들어서는 3일 만에 8만주가 급감했다. 두산중공업도 지난 8월에 39만주나 증가했다가 이달 3일 동안에는 27만주가 감소했다. STX조선 역시 대차거래잔량이 7월 말 467만주에서 8월 말 484만주로 증가했지만 이달엔 456만주로 7월 말보다 더 적어졌다. 이달 들어 전체 대차거래 잔량이 8조2035만주로 3일 만에 1661만주 늘어난 것에 비하면 극히 대조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이들 종목의 괴담 내용에 대해 먼저 알았거나,아니면 주가를 최대한 떨어뜨리려고 스스로 괴담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와 정황은 올 들어 계속 불거졌다. 올초 외국계 증권사들이 조선주에 대해 목표주가를 크게 낮추면서 해당 종목의 대차거래를 일으키기도 했다. 금호그룹의 경우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된 지난 7월 금호산업과 대우건설의 대차거래잔액이 각각 289만주와 2159만주를 기록,연중 최고치로 불어나기도 했다. 최근 '8월 영업이익률이 8%'라는 루머가 퍼져 곤욕을 치렀던 LG전자는 당시 공매도 3위였다.

특히 이번에 외국계 증권사들은 때맞춰 괴담 기업들에 대해 지난달 이후 부정적인 보고서를 쏟아내며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일제히 낮춰 위기설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데 일조했다.

모건스탠리는 두산건설에 대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그룹의 M&A(인수·합병)로 인한 재정압박과 순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재정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혹평했다. 밥캣의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키로 한 두산인프라코어는 BNP파리바 메릴린치 등 여러 증권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으며, 노무라증권의 경우 '매수'였던 투자의견을 단번에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9일 두산중공업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매도 의견으로 설정한 뒤 4일 만에 같은 이슈로 목표주가를 이날 주가보다 22% 낮은 6만3000원으로 재차 내렸다. 메릴린치는 한화석화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하회로 내렸고,맥쿼리도 STX그룹의 유동성을 문제삼았다.

김재후/강지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