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옹기 만들어 과학으로 우수성 증명"

전통예산옹기의 황진영 과장(36)은 1995년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옹기장이의 삶을 이어가겠다고 결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손놀림이 황 대표가 인정하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탓이다. 황 과장은 "전통공예는 수 없는 시도와 반복을 통해 몸에 배게 되는 것이지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옹기 냄새도 물려주기 싫다는 이유로 자식들을 대전의 초등학교로 보냈지만 황 과장은 건강 문제로 1년 만에 혼자 예산으로 돌아와 이곳에서 자랐다. 이 때문에 그는 어릴 때부터 황토를 갖고 놀며 흙과 같이 컸다. 그만큼 애정도 깊어졌다.

황 과장은 옹기만 알아서는 옹기를 더이상 발전시킬 수 없다고 판단,혜전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그는 입사하자마자 트럭에 옹기들을 싣고 무작정 아파트 단지로 나가 소비자들과 부딪히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소비자들이 어떤 크기와 모양의 옹기를 좋아하고 어떤 점은 개선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파악했다. 대학에서 익혔던 백자 및 청자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옹기의 장점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쓰기 편리하게 만드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접시 등의 식기에 옹기를 응용해 쓰임새를 다양화 하는데 관심이 크다. 그는 "옹기는 다공질이기 때문에 보온 보냉 효과가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 같은 특성이 차갑거나 뜨거워야 제 맛을 내는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더구나 차가운 이미지를 주는 백자와는 달리 옹기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 제격이라는 것.황 과장은 옹기에 분청사기처럼 그림을 그려넣는 새로운 개념의 옹기를 만드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황 과장은 옹기에 대한 입도(粒度.광물 입자의 크기) 분석 등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막연히 '미세한 구멍이 있기 때문에 옹기가 숨을 쉰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좀 더 과학적인 설명으로 옹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전통은 자꾸 변해야지 전통이지 옛날 것을 그대로 하면 답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 과장은 "고된 육체노동에 비해 금전적 보상은 작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 옹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며 "옹기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