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과 정유사가 묻지마 달러 매수 주문을 쏟아냈다. "(외환시장 관계자)

3일 원ㆍ달러 환율 급등은 투신권과 정유사의 합작품이란 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분석이다. 환율 급등에 다급해진 투신권과 정유사가 공격적으로 달러를 사들여 장중 한때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160원 선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20억달러가량을 풀어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결국 상승폭을 줄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투신권 "일단 사고보자"

최근 투신권의 공격적 달러 매수 배경은 결국 지난해 해외펀드 붐까지 거슬러간다. 당시 해외증시 급등으로 해외펀드에 돈이 몰리자 투신권은 환헤지 차원에서 달러 선물을 매도했다. 특히 투자원금뿐 아니라 이익금에 대해서도 환헤지를 했다. 조선업체들이 지난해 환율 하락에 베팅해 공격적으로 선물환 매도에 나섰듯이 투신사들도 '공격적'으로 환헤지를 한 셈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해외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뛰면서 문제가 생겼다. 해외 증시 하락으로 투자손실이 늘어난 데다 환율 상승으로 환차손까지 생겨나자 투신사들은 마진콜(증거금 추가보충 요구)을 당하지 않기 위해 환헤지를 청산하는 차원에서 달러 선물을 매수하고 있다. 특히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투신권의 달러 선물 매수에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오늘(3일) 투신권의 달러 매수 금액이 20억달러 수준으로 평소보다 2배가량 많았다"고 말했다.

정유사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환율이 한창 하락할 때 결제를 최대한 미뤘지만 최근 환율이 급등하자 서둘러 달러를 확보할 처지가 된 것이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경상수지 적자,9월 위기설,외국인 주식매도 등으로 외환시장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투신과 정유사가 강력한 매수 주체로 떠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당황'

최근 환율 급등에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가 이날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선 것도 환율 급등을 계속 방치했다가는 물가 불안 등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전에 수차례에 걸쳐 "쏠림현상이 너무 심하다" "정부의 환율 안정 의지를 과소평가하지말라" 는 등의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환율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름세가 지속됐다. 시장에서 정부의 개입 의지가 실종됐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일각에선 국감 시즌을 앞두고 정책당국이 외환보유액 감소에 따른 국회의원들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외환 개입에 소극적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비교적 공격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기는 했지만 환율 상승을 억제하자는 것이지 환율 상승세 자체를 꺾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정부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잠시 주춤하겠지만 외환시장 여건이 변하지 않는 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