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란 말이 있다.

실상이 어떻던 간에 일이 예상하는 방향대로, 고정관념대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내 시장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9월 경제 위기설'에 증시가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주식을 던지면서 주가가 더 빠지고 있다.

9월 위기설라는게 다른 것이 아니라 '설에 휘둘린 투자심리 위축이 가져온 급락', 바로 이 자체가 아닌가 할 정도다.

실제로 급락할 만해서 빠졌는지, 아님 걱정 때문에 과민반응한 것인지 짚고 넘어가야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제 전반에 우려 사항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위기 도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금융위기설에 대해 "펀더멘털 측면에서 논리적 비약이 심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외환보유액이 줄면서 단기채무/외환보유액 비율이 70%를 넘어섰지만 외환위기전 300%가 넘었던 시점과 비교하는 것이 넌센스란 것.

그는 "대외채무에서 단기채무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최근 몇 분기만 놓고 볼 때 큰 문제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환율의 경우, 장기균형을 결정하는 경상수지가 4분기에는 적자보다 흑자 가능성이 높아 추가적인 약세보다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추정했다.

교보증권도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최근 금리상승으로 채권투자 메리트가 커지면서 8월 외인이 순매수로 전환했고, 장기 투자기관의 순매수세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을 감안할 때 현 증시의 급락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은 "주가 할인율의 기준인 자기자본비용(cost of equity)가 10% 수준이라고 가정할 때 주가 1540선은 향후 EPS가 2~3년간 제로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1500선 이하는 과도한 하락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장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듯하다.

미리 마음 고생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일단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 도래와 선물/옵션 만기일(11일)이 지난 후 시장이 안정되는 지 여부를 지켜본 후 사도 늦지 않을 듯 하다.

지나친 비관도 시장을 끌어내리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안정에 대비한 전략을 곰곰히 생각해둘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