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당정은 대기업 법인세 문제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승수 총리는 회의에 앞서 "당정 간 뜻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똑같은 목소리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부가 반대하는 민생 현안에 대해 전날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강공드라이브'를 건 데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그러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어도 충정으로 한마디한다"면서 "여당의 다양한 지적이 있더라도 정부가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경제회복에 주도적으로 해 달라"고 맞받았다.

결국 회의에선 일부 현안을 놓고 당정이 맞섰으나 최근 주도권을 잡은 당이 민생을 앞세워 주요 안건을 관철시켰다. 당초 정부가 반대했던 대기업 법인세율 인하 1년 연기와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음식업 부가세 세액공제 및 벤처기업 출자시 소득공제 연장 등은 한나라당 입장이 반영됐다. 특히 한나라당 측은 "높은 세율의 법인세 인하를 유예해 저소득층 지원 등에 쓰자는 것은 나쁜 안이 아니다. 또 현 정부가 '친대기업' 이미지가 있는데 이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택시 부가가치세 감면ㆍ대학등록금 기부금 세액공제 도입 등에 대해선 정부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이달 중 실무당정에서 재논의키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 말미에 "택시 부가세 감면조치는 화물연대 등 다른 운송업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기부금 공제방안은 전액 공제 및 상한선 조정 등의 문제가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유보 결론을 이끌어내느라 진땀을 뺐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