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IT) 자원을 전기나 수도처럼 빌려쓰고 사용한 만큼만 돈을 내는 'IT 종량제'가 확산되고 있다. 불필요한 시설 투자를 없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 등 '녹색 경영'과도 잘 맞아떨어져 기업들이 '빌려쓰는 IT'를 잇따라 도입하는 추세다.

◆IT자원 낭비를 막아라

삼성그룹 계열 IT서비스 회사인 삼성SDS에 따르면 삼성전기,신라호텔 등 삼성 계열 20개사는 기업 내 데이터를 모두 모아 저장ㆍ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운영 방식을 연내에 '빌려쓰는 IT'인 렌털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기존 장비와 운영권을 삼성SDS에 넘기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쓴 만큼 내는 종량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작년 말 경기도 과천 등에 있는 데이터센터의 운영을 '렌털' 방식으로 바꿨다. 삼성전자는 렌털 방식으로 전환한 뒤 올 상반기 동안 19%의 IT 분야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데이터센터는 모든 데이터의 집합 장소로 날로 규모가 커지고,에너지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이민호 삼성SDS 테크니컬서비스실장은 "삼성그룹의 사례는 데이터센터의 운영을 전문가에게 맡기고,각 기업은 사용한 만큼만 돈을 내는 구조"라며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음으로써 녹색경영을 실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아마존이 지난해 초 종량제 방식의 서버 지원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김종완 LG CNS 서버시스템 담당은 "아마존 서비스를 가능토록 한 기술은 서버를 가상공간으로 나눠 필요한 만큼만 빌려주는 가상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G CNS도 2006년 말부터 가상화 기술을 도입해 LG전자,GS리테일 등 고객사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1년여 만에 10∼20% 줄였다"고 말했다.


◆'그린 IT'의 연장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종량제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 구축업체 비즈니스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월 1만원 안팎의 비용에 솔루션을 구축해주고 있는데 고객이 2005년 말 4만여개사에서 지난달 말 현재 GM대우 하이마트 등 약 41만곳으로 늘어났다.

범원택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예전엔 기업,개인들이 소프트웨어를 하나씩 구입해 PC 등에 설치했지만 웹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에 설치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개인들을 겨냥해 '빌려쓰는 IT' 개념을 확산시키고 있다. 구글은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의 각종 문서를 웹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는 '구글 웹오피스'를 서비스 중이고,MS도 지난달 웹 기반의 문서 관리서비스인 '오피스 라이브 워크스페이스'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박근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빌려쓰는 IT'는 '그린 IT'와 연결돼 있다"며 "개인마다 한 대 이상의 PC를 갖고 있거나 기업들이 IT 장비를 직접 설치하고 활용하는 게 낭비라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