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

세제개편안에 따라 서울 강남권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이 가장 큰 혜택을 입게 됐지만 정작 현지 주택시장에서는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다. 집값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매수진작책이 빠진 상황에서 매물만 늘어나게 생겼으니 매수자 우위시장이 더욱 심화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세제개편안은 양도소득세 비과세 대상을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양도세 부담 탓에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했던 집주인에게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양도세가 줄어든다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낼 경우 집값 하락은 불가피해진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이미 나온 매물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 팔겠다는 사람이 추가로 나서면 집값 약세가 심화될 것"이라며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마냥 좋아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도 "지난 2년간 고가주택 시장이 경색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한 이유는 강력한 대출 규제에 따른 수요 감소"라며 "이번 개편안은 대출 규제완화는 물론 매수세가 살아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시장 회복은 다소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활성화돼 있을 때라면 양도세 부담이 사라진 9억원 이하 집값이 강세를 보이겠지만 지금은 매물 소화가 어려워 반대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도 "고가주택을 사기도 쉽지 않고 고수익을 노릴 만한 상황도 아니어서 투자 수요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합부동산세가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세금 감면혜택이 크지 않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아도 집값이 급락했던 용인 등은 거주 요건이 추가된 것도 부담이다. 용인은 서울 출퇴근이 힘들어 전셋값이 매매가에 크게 못 미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보통 때 같으면 호재로 평가할 일도 시장이 좋지 않으면 악재로 작용하는데 요즘이 그런 때 같다"고 평가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