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수법' 통한 기술유출 첫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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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목적의 기업 인수ㆍ합병(M&A)에 대해 검찰이 마침내 칼을 들이댔다. 사법당국은 그동안 국가의 핵심기술이 통째로 해외로 빠져나감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 간 M&A여서 처벌조항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손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관련 법률개정 작업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구본진 부장검사)는 중국의 비오이옵토일렉트로닉스(BOE-OT)에 핵심기술을 유출,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비오이하이디스(구 하이닉스 LCD부문)의 최모 전 대표와 임모 전 개발센터장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최 전 대표 등이 비오이하이디스가 BOE-OT와 2004년 맺은 기술이전 계약내용보다 훨씬 많은 양의 핵심기술을 두 회사 간 뚫린 전산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넘겼다는 것이 혐의의 요지다. 외국기업에 넘어간 회사의 경영진에 대해 기술유출 혐의로 사법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의 상하이 자동차에 대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 유출 의혹 등에 대한 사건 처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대표 등은 2005년 4월부터 1년6개월 동안 비오이하이디스의 개발 서버를 BOE-OT의 임직원들에게 개방해 라이선스 계약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던 TFT-LCD 2세대, 2.5세대, 3.5세대 제품기술 등 핵심기술 자료 200건을 포함해 총 4331건(프로젝트 문서 688건,도면 2195건,기술문서 1448건)을 불법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자료는 수백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비오이하이디스는 하이닉스의 LCD부문을 분사해 만든 현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하이디스)를 중국 BOE그룹이 2003년 3억8000만달러에 인수해 개명한 것. TFT-LCD 패널,휴대전화ㆍ내비게이션 액정을 만드는 이 회사는 LCD관련 핵심기술인 AFFS(초광시야각)를 포함해 특허기술 3200개를 갖고 있다. 특히 AFFS기술은 삼성 LG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사건이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법'상 국가안보 등의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국가핵심기술 유출 조항에 해당되지 않아 처벌 법규를 놓고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그룹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비오이하이디스와 BOE-OT는 법률상 분리된 별개의 법인이어서 양사 간 계약내용은 지켜져야 한다"며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한 M&A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산업기술 유출방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유출된 기술은 국내 LCD 업계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초기기술"이라며 "그러나 LCD 패널 원천기술이 외부로 빠져나갔다는 사실 자체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