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선 25% 하락 … 소비자값 5% 만 내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올 들어 국내 산지 한우 값은 평균 25% 이상 떨어졌지만 소비자 가격은 5%가량 하락하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농가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통업자들만 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28일 농업 전문 연구기관인 'GSnJ'가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한우 산업에 태풍인가 미풍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산지 한우 가격(600㎏ 기준,암.수소 도축수 가중 평균)은 334만9000원으로 작년 4분기(461만9000원)에 비해 26.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지육(도축 후 머리 등을 제거한 고깃덩어리) 값도 ㎏당 1만3671원에서 1만1672원으로 14.8% 떨어졌다. 반면 한우의 소비자가격 지수(2005년을 100으로 환산)는 작년 4분기 99.2에서 지난달 93.7로 5.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정환 GSnJ 이사장은 보고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을 때 가장 많은 이득이 유통업자에게 돌아갔는데,수입이 재개돼도 이득이 유통업자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 가격에 비해 산지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농가의 불안이 산지 시장에서 (생산자) 가격 교섭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가격과 지육 가격 정보를 산지 농가에 널리 알려 지나치게 싼 값에 팔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정책 당국에 조언했다.

한편 GSnJ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이후 연간 쇠고기 수입량(2008년 7월~2009년 6월)이 작년(2007년)보다 46%가량 늘어난 25만4000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6월까지 한우 쇠고기 가격은 작년 평균보다 10.5% 하락하고 돼지고기는 0.4%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