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 1일 금융감독원은 예정에 없었던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관련 피해 현황을 브리핑했다. 수출업체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봤다며 은행을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나서는 등 문제가 커지자 금감원이 떠밀려 나서게 된 것.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중요한 사안은 금융위가 다 브리핑하더니 키코같이 골치아픈 문제만 금감원에 시킨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2.지난 26일 오후 금감원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45개 증권사가 공매도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검사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융위원회에서 "사전 협의없이 중요한 사안을 발표했다"며 경위 파악에 나선 때문.금감원이 발표 전에 보낸 자료를 금융위가 '서버 다운'으로 받지 못한 것으로 결론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분리된 금융감독체제가 출범 6개월이 지났는데도 권한범위 등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법령 및 감독규정 제·개정 권한과 금융사 인·허가 권한,금융 관련 정책 수립 권한을 모두 쥔 금융위와 단순 감독·검사기관으로 전락한 금감원의 갈등 때문이다.

직원이 150여명 남짓한 금융위는 산업은행 민영화와 금산분리 완화 등 대형 아젠다뿐만 아니라 금융공기업 인사,현장 감독까지 모든 것을 다 챙기고 있다. 이렇다 보니 1600명의 금융전문가들이 일하는 금감원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모든 사안을 금융위에 보고한 뒤 일일이 지시를 받아야 하고 중요한 일은 금융위가 직접 나서기 때문에 금감원은 빛이 안난다.

금감원 관계자는 "150여명밖에 안되는 조직이 아무 것도 위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권사 공매도 건만 해도 현장 검사 사항인데,파장이 커지자 금융위가 욕심을 냈다는 것.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기관의 업무는 주어진 기능에 따라 배분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새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보보고 등 일을 태만히 한다"고 오히려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