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 시절 체두관(단발령을 따르지 않는 백성들의 상투를 자르는 직책)이었던 고조할아버지의 후예 송일호.유서깊은 이발소집 손자이기도 한 그가 두발규제 폐지 운동에 앞장선다. 그는 열일곱살의 머리카락에는 욕망이 뒤엉켜 자라고 있어,그 욕망이 세상 밖을 기웃거리기 전에 잘라내야 한다는 통념을 거부하는 작은 투사다.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일곱살의 털≫(사계절)은 머리 기를 자유를 추구하는 고등학생들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 김해원씨(40)는 "두발 규제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문화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상징적 규제"라면서 "중학생 딸을 둔 학부모로서 적당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머리 모양을 선택할 자유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두발 규정을 어기고 머리를 기른 학생에게 ≪바리캉≫을 들이대는 학교,부당함에 항의하는 학생을 폭행하는 교사,야간자습 강요 등 부조리한 학교의 모습이 등장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 두발 규제 반대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을 만났다는 작가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